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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예계 방송 조작 의혹

[연합시론] 프듀X 투표조작 의혹, 사실이라면 응분의 대가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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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디션 왕국'으로 불리는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 투표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5일 프듀X 관계자 4명의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영장이 청구된 이들은 프로그램 책임자 안모 PD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3명이다. 안 PD 등은 프듀X 시즌 1∼4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사기 등)를 받는다. 검찰과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우려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장 청구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당수 확보됐다는 뜻이다. 안 PD에게는 배임수재 혐의도 적용됐다. 출연자들의 순위 조작 등과 관련해 돈거래가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 판결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 해도 이미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경찰은 제작사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제작진과 특정 기획사가 공모해 순위를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아이돌이라는 인생목표를 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오랜 시간 구슬땀을 흘려온 젊은이들의 소중한 꿈을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안은 대기업 계열사(CJ ENM)가 운영하는 방송에서 버젓이 자행됐기에 심각성을 더한다. '국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국민을 속여왔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안 좋다. 시청자들 손으로 아이돌을 뽑아 데뷔시킨다는 '국민 프로듀서' 개념을 앞세워 참여를 유도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가족, 친구들과 TV 앞에 모여앉아 비슷한 또래 출연자를 응원하고 떨리는 손으로 문자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느꼈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슈퍼스타K' 시절부터 100원짜리 문자투표 한 번으로 흙 속의 진주를 슈퍼스타로 만들 수 있다는 짜릿함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해온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엠넷은 안 PD 등의 영장 청구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큰 상처를 받은 시청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미흡하다. 특히 제작 시스템이나 관리·감독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더더욱 실망스럽다. 엠넷은 "자체적으로는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거나 "제작진 일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고 하는 등 문제를 일부의 일탈로 돌리기에 급급해하는 인상마저 남겼다. 투표 관리 업체가 한 곳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오디션 프로에서도 투표 조작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기업뿐 아니라 오디션 장르 자체가 큰 위기를 맞은 셈이다. 취업과 결혼 등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어려워진 요즘 젊은이들에게 공정성은 최대 화두다. 기회균등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크게 반발하고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물며 가장 선망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인 아이돌을 뽑는 데 신뢰와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데 '국민 프로듀서'란 이름을 내건 대규모 투표를 일개 제작진이 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대중평론가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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