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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감스럽게도 일본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재일교포 장훈(79)의 ‘불길한 예언’은 적중했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 최초로 3000안타(최종 개인통산 3085개)를 돌파했던 주인공으로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 있는 장훈은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11월 18일)을 앞두고 17일 일본의 한 방송에 나가 “결승전에서 한국이 진다. 이런 서툰 한국 팀은 처음 본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일본에 3-5로 져 ‘프리미어12’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장훈은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KBO 총재 특보로 위촉돼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초창기에는 재일교포 선수들을 알선해주는 등 일정 부분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도 힘을 보탰던 인물이다. 이번 한국대표팀에 대한 ‘평가 절하’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의 눈높이에서 볼 때 그만큼 허술했고 성에 차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록 한국야구는 이번 ‘프리미어 12’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는 했으나 심각한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기장 기본적인 수비력이 도마에 올랐다. 17일 일본전에서 나타난 투수 이승호의 느슨한 살짝대기(번트) 수비자세나 이정후의 어처구니없는 주루 실수, 외야수들의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수비 등으로 인해 ‘기본을 망각한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동네 마실 나왔냐, 설렁설렁 무엇을 하는 짓이냐’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오죽했으면 도쿄 현지에서 중계방송 해설을 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조차 “이승호의 느슨한 번트 수비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고 분노에 가까운 실망감을 표출했겠는가.
맞붙기(토너먼트) 형태의 단기전 국제대회에서는 사소한 실수나 느슨한 플레이는 금물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은 패배로 직결된다. 한 치의 빈틈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이번 대회 결과로 말해 준다.
한국대표팀은 투수나 타자 모두 허점을 드러냈다. 정교한 제구력을 과시한 일본 투수들에 비해 우리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결정적인 대목에서 실투가 잦았다. 철석같이 믿었던 양현종이 결승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은 것, 마무리 조상우가 추가점을 내준 것 따위의 실투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게다가 이승호나 고우석 같은 젊은 투수들은 정면승부를 걸지 못하고 도망가는 ‘새가슴 투구’로 보는 이들의 애를 태웠다. 배짱 있는 투구를 하지 못하는 투수들의 대표팀 발탁은 이번 기회에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박병호, 양의지, 김재환 등 명색이 KBO 리그를 지배했던 타자들의 침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울분마저 자아냈다. 끝끝내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만 이들의 국제무대 적응력에 ‘독한 회의’가 들게 했다. 일본 타자들의 선구안, 집요한 승부, 끈질긴 쳐내기의 자세는 우리 선수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도대체 대표팀 전력분석 요원들은 무얼 했는지, 현장 코칭스태프는 이들에게 무엇을 일깨워주었는지. 이들의 대책 없는 ‘어림짐작 헛손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조직적인 전력 탐색과 분석,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물음표를 달게 한다.
실망이 크긴 했지만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과 대담성을 확인한 것은 수확이다. 경험 부족으로 실수를 하긴 했으나 ‘천재적’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이정후(21), 과감한 강백호(20), 급성장한 이영하(22)의 배짱 투구, 조상우(25)의 안정감은 여전한 기대를 품게 했다.
‘예방주사’를 톡톡히 맞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대회는 차제에 KBO 리그 지도자들도 기본적인 플레이를 다시 한번 성찰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일본 투수들처럼 ‘바늘 같은 제구력’을 우리 투수들에게서도 보고 싶다.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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