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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2년 전 신태용처럼, 매 경기 '외풍'을 각오해야 할 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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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과 2-2, 북한과 1-0에 그쳤을 때 비난 여론 쏟아져

최종 일본전서 4-1 대승으로 우승 후 러시아 월드컵까지 신뢰

뉴스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전지훈련 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9.1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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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동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고의 축구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은 그리 큰 규모의 대회가 아니다. 사실상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는 무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들이 모두 출전하는 아시안컵에 비한다면 참가팀들의 양이나 수준이 아랫단계인 대회다.

어쩌면 그래서 더 부담스럽다. 팬들은 '당연한 승리'와 '무조건 우승'을 외치고 있으니 정상에 올라야만 본전을 찾을 수 있는 대회다. 심지어 이번 8회 대회는 안방인 부산에서 열린다. 그리고 최근 2연패(2015, 2017 우승)의 흐름을 이어야한다는 기대도 크다. 팀을 이끄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시선이 따가울 조건인데, 일단 벤투도 인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벤투 감독은 "200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총 4번(2003, 2008, 2015, 2017)이나 우승했다. 그리고 최근 2연패 중이다.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뒤 "한일전의 의미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한일전은 이번 대회의 최종전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벤투 감독의 말처럼 일본과의 최종전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참가 팀들이 한 번씩 맞붙는 리그전 방식이지만 전체적인 전력을 볼 때 한일전이 마치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 같은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전을 그르치면 잃는 게 많다. 하지만 일본과의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들도 다 중요하다. 매 경기마다 '외풍'을 각오해야한다. 2년 전 신태용 감독도 그랬다.

일본에서 열린 2017년 동아시안컵.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대표팀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여론은 싸늘했다. 실험에 방점을 찍은 중국이 U-22대표팀 소속의 젊은 선수를 6명이나 출전시켰는데도 한국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가뜩이나 그해 3월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창사 참사'까지 다시 소환되면서 이제 '공한증'은 옛말이 됐다는 팬들의 성토가 자자했다.

2차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을 때도 공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차전에 비하면 경기 내용이 좋아졌고 승리라는 결과물을 따냈지만 '상대 자책골의 편승'이라는 것만 부각됐다. 북한을 상대로도 신승에 그쳤다며 또 못미더운 시선이 쏟아졌다.

당시 일본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는 분명히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과정'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실험해야한다고 말씀들 하신다. 그런데 또 경기 하나하나마다 일희일비하시니 답답하다"면서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결과까지 챙겨야하니, 솔직히 나도 방향이 많이 흔들린다"고 고충이 있음을 전했다. 다행히 마무리는 최상이었다.

신태용호는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전반 3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내주며 암담하게 출발했으나 공격력이 폭발하면서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침묵에 빠뜨렸다. 지난 2010년 5월 박지성, 박주영의 연속골로 일본을 2-0으로 제압한 이후 7년 만에 거둔 한일전 승리와 함께 신태용호는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결과와 함께 신태용 감독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확 달라졌다. 역시 '난놈'이라는 환호성이 커졌고 그 덕분에 적어도 러시아 월드컵 직전까지는 신뢰를 얻고 팀을 이끌 수 있었다. 벤투 감독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공산이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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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4대1로 승리한 신태용 감독이 우승컵을 들고 가운데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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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는 11일 오후 홍콩을 상대로 1차전을 갖는다. 홍콩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9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일본 28위, 한국 41위, 중국 75위) 중 가장 낮다. 이기는 것은 기본이어야 하고, 이겨도 잘 이겨야한다.

15일 열리는 중국과의 2차전은 역시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1월 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최근 무승 고리는 끊어냈으나 여전히 팬들은 '중국은 당연히 꺾어야하는 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열리는 18일 일본과의 최종전 비중은 구구절절 언급이 필요 없는 경기다.

결국 1, 2, 3차전이 끝날 때마다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할 벤투호다. 어떤 바람이 배를 흔들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지만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2020년 출발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순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

◇2019 EAFF E-1 챔피언십 한국 남자 대표팀 일정

11일 vs 19시30분 홍콩
15일 vs 19시30분 중국
18일 vs 19시30분 일본(이상 부산 아시아드)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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