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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장충체육관 가득 메운 女배구…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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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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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자배구가 겨울 프로스포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위권 팀들 간 경기가 만원 관중을 이루고 시청률이 농구는 물론 남자부 배구를 앞지르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의 실력과 팬 서비스, 매 시즌 전력 보강 여부에 따라 순위가 급변하는 전력 평준화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지난 8일 2019~2020 도드람 국내프로배구(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흥국생명 간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은 배구 경기 최대 수용 인원인 4200석이 가득 찼다. 여자배구, 그것도 플레이오프가 아닌 정규시즌 경기가 매진된 것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몇 가지 부분이 있다.

먼저 이날 경기는 예매로 구할 수 있는 3927석이 모두 팔렸다. 장충체육관은 남자부 우리카드와 여자부 GS칼텍스가 10년 동안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데 GS칼텍스 경기에서 예매 티켓이 매진된 것은 최초다. 여기에 시간은 주말 여자부 경기가 열리던 오후 4시가 아닌 오후 2시 15분이었다. 같은 시간 남자부 경기가 겹쳤지만 지상파 경기 중계가 나간 것은 GS칼텍스와 흥국생명 간 선두권 경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날은 주말 경기라 모기업 경기가 있는 평일(오후 7시 경기)에 일과 후 동원되는 직장인 '허수'도 적었다.

여자배구의 인기 급상승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8~2019 5라운드에서는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1.024%로 V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1%' 천장을 뚫기도 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702명으로 전년 동 라운드(1699명) 대비 59% 급증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프로스포츠로서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 속에 남자부 경기 시간을 피해야 했던 여자배구가 구장이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남자부와 경기 시간을 맞추고도 달성한 성과다.

올 시즌은 '역대급'이었던 지난 시즌을 뛰어넘을 기세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19~2020 여자부 경기 1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0.89%로 집계됐다. 마지막 라운드 시청률이 1%를 넘었던 지난 시즌 라운드별 시청률이 1라운드 0.69%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이번 시즌도 1%대 진입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19~2020 남자부 경기 1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0.82%였으며 남자농구는 0.2%대에 불과하다.

여자배구 흥행의 바탕은 역시 실력과 팬 서비스다. 프로스포츠 구단과 선수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공격수 김연경이 터키 리그에서 연일 활약 중이며, 비록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지만 지난 9월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세르비아를 3대1로 꺾어 국내 선수들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수차례 입증하고 있다. 현 리그 최고 선수로 꼽히는 이재영(흥국생명)을 비롯해 양효진, 이다영(이상 현대건설), 박정아(도로공사) 등 많은 선수가 퍼포먼스로 관중을 사로잡는다.

특히 여자부 선수들의 팬 서비스에 대한 팬들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버스 이동 시 선수들이 끝까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V리그 여자부 리그 자체가 '무관심'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된 만큼 선수들이 팬들에게 느끼는 애착이 야구·농구와 같은 기존 인기 종목 선수들보다 훨씬 깊다는 평가다.

절대적인 강자, 약자가 없다는 점도 팬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은 올 시즌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3위 GS칼텍스·흥국생명과는 승점 차이가 3점 이내다. 2010년대 초반을 군림했던 기업은행은 상위권 도약이 어려울 정도로 처져 있으며 리그를 구성하는 6개 팀 중 대부분이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세 번 이상 진출한 경험이 있다. 즉 오프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비롯한 전력 보강 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 팀들 순위가 급변할 정도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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