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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6개대회 전부 성공…박항서의 '실패 없는 리더십', 경이와 감탄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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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감독이 SEA게임 남자축구 결승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경이롭다. 이렇게 성공만 하는 경우가 있을까.

‘박항서 리더십’이 잭팟을 연속으로 터트리고 있다. 그가 가는 길에 실패는 없고 오직 환호만 존재한다. 이번엔 베트남에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무려 60년 만에 베트남 축구를 시상대 맨 위로 끌어올리고 국가를 울려퍼지게 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 6승1무란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우승하면서 박 감독의 ‘실패 없는 리더십’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모든 성공엔 실패와 좌절이 ‘어머니’처럼 따라붙기 마련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02년 한·일 월드컵 앞두고 부임한 뒤 프랑스와 체코에 연달아 0-5로 대패하는 등 부침을 거듭해 ‘오대영’이란 별명을 떠안았다. 월드컵 본선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루 빨리 히딩크를 물러나게 하고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런 스토리가 한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일궈내는 이야기는 또 다르다. 그는 이번 SEA게임까지 총 6차례의 굵직한 토너먼트에 나서 모두 목표를 이루거나 초과 달성하는 위력을 떨쳤다. 지난해 1월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박항서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아시안게임 4강으로 자신의 리더십 범위를 넓힌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을 10년 만에, 그것도 무패 우승으로 완성해 영웅이 됐다.

올해 들어서 박항서 리더십은 한 단계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스즈키컵 한 달 뒤 열린 아시안컵에서의 8강은 “베트남이 그저 동남아시아에서 잘하는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던 많은 사람들의 비아냥을 보기 좋게 날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8강에서도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팀 일본에 0-1로 석패하며 부끄럽지 않게 퇴장했다. 3월엔 U-23 아시아선수권 예선에서 베트남의 최대 라이벌이자 홈팀인 태국을 4-0으로 완파하고 본선 진출권을 따내 베트남 국민들의 청량제가 됐다. 그리고 이번 SEA게임까지 제패하며 기적을 신화로 연결했다. 박 감독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두 개의 축구 대회, 스즈키컵과 SEA게임 우승을 모두 이끌어낸 최초의 지도자가 됐다. U-22 대표팀은 11일 전용기를 타고 금의환향했다. 귀국 직후 선수단과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는 등 국가적 환대를 받았다.

베트남 선수들의 머리와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것이 ‘실패 없는 리더십’의 이유로 분석된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구현하는 축구는 한국 특유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방어선을 탄탄히 구축하고,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시킨 뒤 스피드과 기술 좋은 공격수들에게 전방 역습을 맡겨 연전 연승하고 있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흔들림 없는 멘털로 빈 곳을 찾아내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처럼 한국 축구 역시 잘 짜여진 조직력과 투혼을 바탕으로 강팀들을 다급하게 만들어 이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 축구의 성공 공식을 베트남에 잘 이식한 것이다. 여기에 SEA게임 우승 뒤 베트남 국기를 꺼내들어 환호하고, “우리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잘 가르친 베트남 지도자들의 공이 크다”며 박수 받는 등 베트남 선수들과 국민들의 정서를 부합한 행동은 체력과 기술의 빈 틈을 메우는 응집력으로 그라운드에서 표출된다.

그의 리더십은 현재진행형이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과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이미 2차예선 5경기에서 3승2무를 질주, G조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7부 능선을 넘었다. 아시아에서 단 4.5장이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최종예선 12팀 안에 진입하는 것 만으로도 베트남 입장에선 쾌거라 할 수 있다. 내년 1월 태국에서 벌어지는 U-23 아시아선수권은 2년 전 신화의 출발점이었던 바로 그 대회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베트남은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D조에 들어갔다. 1~3위팀은 내년 여름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U-23 아시아선수권 최대 다크호스로 꼽히는 베트남의 행보, 박 감독의 리더십이 아시아 내 도쿄행 티켓 결정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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