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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승리 위해 다 바꾼다…김학범의 팔색조 용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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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 대표팀은 챔피언십 조별 리그에서 16개국 중 유일하게 `3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선발 라인업 절반 이상을 바꾸는 변화무쌍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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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은 1년 내내 손발을 맞추는 프로팀과 큰 차이가 있다. 국제대회가 임박해서야 소집되는 선수들로 조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국가대표팀 감독 처지에선 다양한 전략·전술을 준비하기 어렵다. 매 경기 예측할 수 없는 카드를 꺼내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 리그에서 유일한 전승(3승)을 이끌어 낸 김학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돋보이는 이유다.

U-23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U-23 챔피언십 C조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대1로 이겼다. 중국(1대0), 이란(2대1),우즈베키스탄을 모두 이긴 대표팀은 조별 리그 16개국 가운데 유일한 3승으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일본이 일찌감치 탈락(개최국·B조 1무2패)한 상황에서 돋보이는 성과다.

대회 시작 전까지 대표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강인·백승호 등 국외파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했고 한국이 속한 C조는 4개 조 중 조별 리그 통과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우즈베키스탄은 2018년 AFC 우승국, 이란은 축구에 있어서 언제나 한국에 '난적'이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과 치른 첫 경기 후 대표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이 반복됐고 골 결정력도 부족했다. 후반 연장 터진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진땀승을 거뒀다.

이는 두 수 앞을 더 내다보고 있던 김 감독의 모험이었고 성공이었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전에 준비한 패를 모두 내밀지 않았다는 점은 다음 경기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란전은 중국전 선발 명단 대비 무려 7명이 바뀌었고, 우즈베키스탄전은 이란전 선발 멤버 중 네 명(골키퍼 제외)만 전반전부터 뛸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이 같은 변화무쌍한 라인업을 통해 대표팀이 얻은 이득은 다양하다. 핵심은 체력 안배다. 이번 대회는 결승 진출 시 보름 동안 무려 6경기를 뛰어야 하는 강행군이다. 감독이 특정 라인업만 중용했을 때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선발 멤버들 체력과 경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태국으로 대려온 선수 23명 중 20명을 기용하면서 조별 리그 이후를 확실히 대비했다.

상대 팀들이 쉽게 분석하지 못하게 한 것도 소득이다. 매 경기 절반 이상 선수들을 바꾸고 있어 당장 8강에서 우리 대표팀을 상대할 나라들은 특성을 파악해야 할 선수들 폭이 넓어졌다. 선수 구성에 따라 전술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도 상대 팀으로선 부담이다.

반면 상대 팀에 대한 분석은 완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전 선발로 선취골에 기여했던 윤종규(서울)는 경기 후 "우즈베키스탄 전술과 선수들 임무까지 감독님이 팀 미팅에서 하신 말씀 그대로 나왔다" 고 말했다. 김 감독은 "조별 리그 준비는 한국에서 다하고 왔다"며 "상대에 따라 선수들 장단점을 고려해 조합을 짜면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전략적으로 꺼내든 카드도 모두 먹혔다. 중국전 후반 교체 투입한 이동준은 연장 결승골을 터뜨렸고 다시 이란전 선발로 나와 선취점을 올리며 대표팀 어깨를 가볍게 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선 오세훈은 2골로 화답했다.

대표팀은 19일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8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호주(A조 1위)와 시리아(B조 2위) 경기 승자와 4강에서 만난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는 3위 안에 들어야 오는 7월 시작하는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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