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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어깨 아파도… 권순우는 5세트까지 라켓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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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9위 바실라슈빌리 상대로 3시간 55분 랠리 펼쳤지만 2:3 분패… 호주오픈 1회전 탈락

2세트 시작하자마자 어깨 통증

소속사 "기권할 줄 알았는데 본인 출장 의지 강했던 것 같다"

3시간 55분을 두드렸지만, 첫 승의 문은 끝내 안 열렸다.

권순우(23·세계 87위)가 21일 열린 호주 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니콜로즈 바실라슈빌리(28·조지아·29위)에게 2대3(7-6〈7-5〉 4-6 5-7 6-3 3-6)으로 졌다. 국내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호주 오픈 본선에 출전한 그는 이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승리에 도전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권순우는 2015년 프로에 데뷔해 2018년 호주오픈과 지난해 윔블던, US오픈에서도 본선 첫 승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권순우는 가장 중요한 첫 세트를 온 힘을 쏟아부어 잡아냈기에 결과가 더욱 아쉬웠다. 그는 자신의 첫 서비스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내주며 1세트 게임스코어를 한때 2―5까지 끌려갔다가 연달아 3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넘기는 근성을 발휘했다. 특히 바실라슈빌리의 강력한 포핸드에 전혀 밀리지 않는 정면승부 랠리를 펼쳤다. 1시간 5분 접전 끝에 첫 세트를 권순우가 가져갔지만, 두 선수의 옷은 물에 빠진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

그러나 2세트가 시작하자마자 오른쪽 어깨가 탈이 났다. 권순우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며 어깨 통증 진정에 나섰지만 큰 효험이 없었다. 결국 라켓에 힘을 싣지 못하면서 2세트를 4―6으로 내줬다. 3세트에서는 4―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대7로 역전패했다. 시속 200㎞에 육박하던 서브가 시속 140㎞대로 떨어졌고 발놀림이 눈에 띄게 느려져 좌우 코너를 찔러 대는 바실라슈빌리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권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악착같은 수비가 살아나며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게임스코어 1-1상황에서 내리 3게임을 따내며 4세트를 따내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다. 그는 5세트에서 게임스코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연이은 실책으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결국 주도권을 내줬다.

권순우는 메이저 첫 승 달성을 위해 지난달 4주간 중국과 일본에서 동계 훈련을 실시하며 체력 다지기에 매진했다. 그는 어깨가 아픈 상황에서도 5세트까지 경기를 이어가는 투혼을 발휘하며 겨우내 쌓아온 체력을 뽐냈지만 막판 집중력이 아쉬웠다. 바실라슈빌리는 이날 서비스 에이스 22개를 기록했는데 5세트에만 10개가 나왔다. 반면 권순우의 포핸드는 5세트 들어 라인을 크게 벗어났다. 동계 훈련에서 그립 변화를 시도한 서브로 만들어 낸 에이스는 14개였다.

경기를 지켜본 권순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2세트에 어깨 통증이 심해져 기권할 줄 알았는데, 오늘 코트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권순우는 "경기를 아깝게 져서 너무나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메이저 대회를 5세트까지 경험한 것에는 의미를 두고 싶다"며 "1세트에서 힘을 다 쏟아내 이후 경기 운영이 어려웠다. 오늘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상금 9만호주달러(약 7000만원)를 받는다. 23일부터는 존 밀먼(31·호주)과 남자 복식 경기에 나선다.

여자단식에서는 마리야 샤라포바(33·러시아·145위)가 1회전에서 도나 베키치(24·크로아티아·20위)에게 0대2(3-6 4-6)로 져 바로 짐을 쌌다.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 본선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했다. 그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서도 1회전 탈락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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