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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겪었다”... SNS 통해 울분 토로한 박지수 [Cheer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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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표정’ 비방 메시지 논란 / 일부 팬들 ‘싸가지 없다’ 잇단 악플 / ‘농구 그만두고 싶다’ 괴로움 호소 / 선수를 감정 없는 ‘기계’로 대상화 / 법적 대응·심리상담 등 대책 필요

스타 선수라면 많은 연봉과 응원을 받는다. 하지만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엄청난 야유와 비난이 따라온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스타의 숙명이라고들 한다.

세계일보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22·KB·사진)가 그런 처지다. 17세에 이미 성인 국가대표에 뽑혔고, 여자프로농구에서 신인상을 거쳐 2년 만에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될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그의 가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도 알아봐 2시즌째 라스베이거스 구단에서 뛰었다.

하지만 그도 일부 팬의 비난에 힘겨워하고 있다. 박지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조금 억울해도 항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표정이 왜 저러냐’거나 ‘싸가지가 없다’는 등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표정 얘기를 많이 들어서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며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에서 어떻게 웃으면서 뛸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박지수는 또 “전쟁에서 웃으면서 총 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제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데, 이제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실 박지수는 경기 중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을 자주 당하는 탓이다. 하지만 몇몇 팬은 이에 대해 수위 높은 비방 글을 SNS 개인 메시지 등으로 보낸다. 한 개인을 넘어 가족까지도 비난이 확대되기도 일쑤다. 이제 22살인 박지수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비단 박지수뿐만이 아니다. 최근 남자 프로농구 라건아(전주 KCC)와 브랜든 브라운(안양 KGC인삼공사)이 팬들로부터 받은 인종차별 메시지를 SNS를 통해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농구계 관계자는 “남자의 경우 인종차별적 공격이 많다면 여자는 외모 비하 등 성희롱성 악성 메시지도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일부 팬이 선수를 감정 없이 뛰는 ‘기계’로 대상화하는 탓이다. 선수들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언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조치 등 악성 메시지 대응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사이 선수의 상처는 곪아간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거시적 대응이 절실하다.

농구뿐 아니라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기에 개별 리그를 넘어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등이 나서 법적 대응부터 선수들의 심리상담까지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을 내요! 박지수, 사랑해요! 박지수’라는 응원의 메시지밖에 보내줄 수 없어 안타깝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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