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해태 타이거즈 선수단. (스포츠서울 DB)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로야구 유니폼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비정기적으로 유니폼 교체가 이뤄지고 다양한 마케팅 요소를 접목한 ‘스페셜 유니폼’이 등장하는 이유다.
불혹을 향해가는 KBO리그에서 가장 강렬한 유니폼은 무엇일까. 많은 야구인들은 해태가 왕조시절 착용한 ‘검빨 유니폼’을 꼽는다. 젊은 세대들은 두산이나 SK 유니폼이 강팀의 상징으로 보이겠지만, 프로야구 초창기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붉은색 상의와 검정색 타이즈를 입은 타이거즈 군단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현역 시절 해태만 만나면 기를 펴지 못한 일부 야구인은 “지금도 검빨 유니폼만 보면 속이 쓰리다”며 고개를 흔들 정도다. 프로 출범부터 KIA에 야구단을 매각하던 2001년까지 19년 동안 9차례 한국 시리즈 우승을 따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등 시대를 풍미한 에이스에 도루왕 김일권, 홈런왕 김봉연, 투타겸직 김성한 등 야수들도 가히 국가대표급으로 구성했다. 정규시즌 때 엇비슷한 성적을 내도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떤 팀도 해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전통은 모기업이 KIA로 바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작 실제로 ‘검빨 유니폼’을 착용한 해태 선수들은 “다시는 입고 싶지 않은 배색”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빛을 흡수하는 색상이라 특히 혹서기에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전 감독은 “대구는 1980~90년대가 더 더웠던 것 같다. 대구구장을 인조잔디로 교체한 뒤에는 아스팔트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 땀도 잘 배출되지 않는 재질에 색상까지 검정색이니 나중에는 탈수증상을 일으키는 선수도 있었다”며 웃었다. 또다른 레전드도 “배색을 왜 그렇게 했는지, 구단을 원망할 때도 많았다”며 껄껄 웃었다.
전설의 검빨 유니폼이 탄생한 비화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창단 당시 해태 박건배 구단주와 코칭스태프간 회식 자리에서 유남호 코치가 “영국 근위병 모습을 유니폼에 접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붉은 상의와 검은색 하의가 탄생했다. 당시 회식자리에서 만찬주로 해태가 판매하던 런던 드라이진이라는 양주가 테이블에 올라 왔는데, 제품 라벨에 영국 근위병 이미지가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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