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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스페인 훈련장에서 설 맞는 황선홍 “내년 설 선물은 1부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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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단으로 재탄생한 대전 하나시티즌 사령탑 인터뷰

경향신문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진행 중인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전지훈련지에서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 황 감독은 내년 설 선물로 팀의 1부리그 진입을 다짐했다. 대전 하나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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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면 죄인이죠…작년 공백기 가족과 함께 보내니 서로 어색해

전지훈련 중인 선수단과 설날 이벤트로 바르샤·발렌시아전 관전

절반 이상 바뀐 선수들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시즌 개막 전 내 숙제”


일상생활에 쉼표를 찍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 하지만 프로축구 사령탑에게 그 시간은 사치일 뿐이다. 매년 설 연휴 즈음이면 각 구단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절정의 시간을 보낸다.

2020년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초대 감독(52)이 바로 지금 그 시간 위에 있다. 황 감독은 올해 1부리그 승격이라는 목표 아래 전지훈련지인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황 감독은 2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명절 이야기만 꺼내면 난 죄인”이라며 명절 얘기부터 꺼냈다.

현역에서 은퇴해 코치로, 감독으로 위치가 바뀐 이래 가족과 도란도란 떡국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황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여년이 흘렀다. 가족과 함께 설을 지내는 일이 상당히 드문데. 지난해 잠시 일을 쉬면서는 오히려 서로 어색해했다”며 웃었다. 이렇듯 축구선수들의 명절을 너무도 잘 아는 황 감독은 “설 연휴를 반납한 채 나와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입버릇이 된 황 감독은 대신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스페인에서 특별한 설날 이벤트를 준비했다. 물론 이벤트도 축구다.

한국시간으로 설날인 25일 스페인 최고의 명문인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와 맞붙는데, 대전 선수단이 경기장을 찾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의 슈퍼 스타 리오넬 메시뿐 아니라 발렌시아의 이강인도 만날 수 있는 경기다.

황 감독은 “예전 부산 아이파크 시절에는 설날 당일에 훈련하기도 했고,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니 축구와 관련된 일로 분위기를 바꿔주는 게 가장 낫더라. 경기를 본 뒤에는 인근 한식당에서 선수들과 전술 토론을 하면서 설을 쇨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설 이벤트로 단순히 선수들의 기분 전환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은 재창단을 하면서 선수들 면면이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 황 감독은 이들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아울러 바르셀로나의 수준 높은 축구를 보면서 눈높이를 끌어올렸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다.

선수단의 휴식일로 지정한 2월3일 아예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레반테전까지 관람하는 일정도 잡아놨다. 황 감독은 “경기를 본다고 금세 실력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이 꿈을 크게 가졌으면 한다”며 “유럽 진출도 노려야 하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간접 경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축구’는 황 감독이 올시즌 펼치려는 축구 컬러의 힌트가 될 수도 있다. 과거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던 시절, 황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과 매끄러운 패싱 게임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호령했다. 잠시 지휘봉을 내려놨던 지난해 축구 공부에 매달린 그가 어떤 변주를 그려낼지도 관심사다.

황 감독은 “과거에 성공했다고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도 변해야 하기에 넓게 볼 것”이라며 “그래도 바르셀로나 축구가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숙제는 조합이다. 선수단 절반이 바뀐 터라 선수를 어떻게 묶고, 어디에 배치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이 바라보는 2020년의 종착역은 역시 1부리그 승격이다.

올해 2부리그인 K리그2는 강등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남FC 등 강팀이 즐비하다.

대전으로서는 재창단 과정이 한발 늦어지면서 선수단 구성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도 고민스럽다. 최소한 2월 남해 전지훈련까지는 구성을 마쳐야 한다. 황 감독은 “틀림없는 것은 우리 목표가 승격이라는 것”이라며 “팬들도 승격을 갈망하고 있다. 그걸 풀어주려고 우리는 설도 반납했다. 내년 설 선물로는 1부리그 티켓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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