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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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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마음" KLPGA의 효녀 '사막 여우' 임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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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치료하며 두번째 시즌 준비

홀어머니 직장 건물서 골프 입문

암투병 했던 어머니 호강시킬 것

중앙일보

임희정 별명은 사막여우(아래 그림)다.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 속 사막여우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임희정은 ’마음이 소중하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소설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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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인으로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임희정(20)은 다들 가는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다. 좀 놀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른쪽 발목 인대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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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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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부드럽지만, 임희정은 매우 의지가 강하다. 인대가 찢어진 상태로 지난해 경기했다. 그는 “사실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고, 병가를 내는 게 맞았다. 신인이 첫해부터 그러면 평생 핑계 대고 밀릴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상태로 경기가 될까. 그는 “경기 때는 집중해서인지 못 느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지독하게 아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에이스가 부진하자 ‘임희정 거품론’도 나왔다. 그는 미디어에 부상을 얘기하지 않았다.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하반기 어느 정도 발목이 나았고, 3승을 거뒀다.

임희정은 강원 태백에서 볼링 코치인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엄마 근무시간에 볼링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실내 연습장에서 골프를 접했다. 왜 볼링이 아니라 골프였을까. 그는 “그때 볼링공은 너무 무거웠다”며 웃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인근 정선 하이원 골프장에서 머리를 올렸다. 그다음 골프장에 가는 데는 4년이 걸렸다. 5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갔다. 대회장이 그의 두 번째 라운드였다. 그는 “동네 스크린 골프장에서 코스 공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선수를 지망하는 다른 아이들은 골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다. 또 어려서부터 대회에 나간다. 임희정은 “엄마가 ‘어린 나이에 대회에 나가면 실망할 수 있으니 기다리자’고 하셨다. 이해는 하는데 일찍 나갔으면 더 좋은 자극을 받았을 것 같아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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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은 관중이 많을때 경기가 잘 풀린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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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태백이 선수 지망생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임희정은 그 핸디캡을 연습량으로 메웠다. 꼬마는 멋진 스윙 동영상을 찾아 수없이 돌려보고 자신과 비교했다. 그는 “골프장에 못 가는 대신 하루에 1000개씩 샷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하루 1000개를 친다는 선수들이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충하면 오히려 스윙이 망가진다. 엘리트 선수라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그는 제대로 된 선생님도 없이 그렇게 했다. 그에게도 좋은 선생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일 년에 딱 한 번, 태백에서 연중행사로 열리는 ‘지역 유망주 원포인트 레슨’이다. 그는 “평소에 궁금한 걸 적어놨다가 몰아서 물어봤다”고 말했다.

임희정 별명은 사막여우다. 웃는 얼굴과 눈매가 닮았다며 친구들이 붙여줬다.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에서 사막여우는 현명함을 상징한다. 그는 팬들이 보내줘 읽었다. 책에서 사막여우는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스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 골프 선수가 스무 살에 불과한 그일지도 모른다. 그의 스윙은 현재 동료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스윙으로 꼽힌다.

임희정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머니다. 그는 “엄마가 나를 다그치지 않고 이해해줘서 이만큼 온 것 같다. 우리는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만 아픈 게 아니었다. 어머니 박보영(54) 씨도 갑상샘암을 투병했다. 임희정은 “엄마가 아플 때 나도 공을 못 치겠더라.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어머니 건강도, 딸 성적도 한꺼번에 좋아졌다.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한 몸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건강을 되찾은 어머니는 고향에서 열린 하이원 대회 때 찾아왔고, 딸은 첫 우승을 했다. 사막여우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라며 “엄마를 꼭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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