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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박세리 "한국女골프 센 이유요? 그건 빠른 적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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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쿄올림픽 여자골프팀 감독으로, 또 지난해 10월 설립한 바즈인터내셔널의 공동 최고경영자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세리를 만나 최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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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박세리'는 요즘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몸을 몇 개로 나눌 수 있는 분신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마음마저 생길 정도다. '박세리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한 바즈인터내셔널의 공동 최고경영자(CO-CEO)로서 느끼는 책임의 무게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 2020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경기가 열리는 8월이 가까울수록 '감독 박세리'로서 역할도 점점 커질 것이다. 얼마 전에는 대전시 체육회 부회장직도 턱 하니 맡았다. 골프만 하면 됐던 '선수 박세리' 시절이 그리운 듯한 눈치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2월 어느 날,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공유오피스에서 바쁜 시간을 쪼갠 박세리 감독(43)을 만났다. 박 감독은 먼저 CEO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다고 했다.

"지금 저는 사회인으로 '루키'잖아요. 예전에 골프 선수로서 세계 톱을 보면서 시작했다고 하면 지금도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는 단계죠. 하지만 선수로서나 사회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똑같은 것 같아요."

박 감독이 바즈인터내셔널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꿈의 영속성'이다.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도 후배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박세리 키즈란 것이 생겼는데, 그때는 너무 바쁘던 시절이라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저로 인해 골프가 많이 성장했다고 하는데, 저만 잘되고 끝났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후배들이 성장하고 그 꿈이 계속 이어져야 그 의미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박 감독은 한때 자신이 관리받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후배들을 관리해 줘야 할 때고, 그래서 바즈인터내셔널도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요즘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도움을 줄 만한 분들을 만나고 있다. 회사나 대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의견을 듣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여자골프 금메달을 딴 박인비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보냈다. 당시 정작 금메달을 딴 박인비는 무덤덤한데, 눈물을 쏟은 박 감독이 화제가 됐다.

"선수가 울어야 하는데, 제가 울었잖아요. 당시 박인비 선수는 부상도 있었고, 슬럼프도 와서 마음고생을 무척 많이 했을 겁니다. 우승을 확정하고 두 손을 번쩍 들었을 때는 그런 모든 것을 이기고 해냈다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슬럼프를 겪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고 갑자기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박 감독은 4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다만 선수들이 자신 때문에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저 자신의 역할은 선수들이 갖고 있는 루틴을 존중해주면서 대회 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감독과 인터뷰할 당시 박인비는 2연속 컷오프를 당하고 있었다. 마침 아시안스윙 3개 대회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그의 올림픽 티켓 획득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지만 박인비 선수라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짧아 혹시 실패한다고 해도, 박인비가 노력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무한 믿음'을 보낸 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박인비는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 티켓 획득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박 감독 자신은 '한국 여자골퍼들이 골프를 잘 치는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국 여자골퍼들의 '빠른 적응력'을 높게 봤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골프를 잘하는 이유요? 제 생각으로는 여자 선수들의 빠른 적응력을 들고 싶어요. 외국 무대에 나갔을 때도 적응이 무척 힘들지만 모든 것을 빨리 수긍하고 시작합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강하기 때문이겠지요."

인터뷰 말미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은 박 감독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이미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박 감독이 '넷째'를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 이름까지 이미 지어놨다는 그는 설렘 가득한 얼굴로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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