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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휘슬도 울리기 전에 쓰러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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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코로나19 …후폭풍 온몸으로 맞는 ‘스포츠 업계 사람들’

응원단·보안·미화 등 대행 4대 스포츠 관련 지원업체

선수 관리 마케팅사도 위기…‘투어 취소’ 캐디들 직격탄



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스포츠가 전면 중단되면서 관련 산업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KB스타즈전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아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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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업계에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무관중 대회, 일정 중단·연기·취소가 줄 잇는 가운데 당장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까지 4대 스포츠에서 몸집을 키워가던 응원단·이벤트·보안·미화를 대행하는 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보통 막바지 겨울 실내스포츠와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개막과 맞물리는 지금이 한창 바쁠 시기지만, 일감이 확 줄었다. 문화·공연 업계에 이어 스포츠까지 중단되면서 관련 업무를 대행해오던 중소업체들은 거의 고사 상태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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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도권 구단의 응원단장은 “백수됐다”고 했다. 보통 스포츠단의 대행 업무는 대체로 경기당 실비를 받는 구조다. 각 종목별로 무관중 경기가 시작된 시점부터는 보안업체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일이 끊겼다.

개막이 연기된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늦더라도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른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마저 단축되면 충격파가 크다. 한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는 “경기당 인건비 명목으로만 500만~600만원을 쓴다. 응원단에 250만원, 이벤트에만 1000만원 수준을 쓰는데 모두 스톱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단에서 치어리더와 이벤트 팀을 활용해 의전, 유튜브 중계 등 인력으로 활용하며 보조를 맞춰주는 상황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큰 규모와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시장도 위축됐다. 한 지방구단은 “한창 시즌 티켓을 홍보하거나 활발하게 협력사, 법인 미팅을 갖는 때인데 그런 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당장 먹고살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념상품 숍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기존에 거래하던 중국 공장과 거래를 끊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중국 공장 발주 부분을 다 국내로 돌렸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이 확 줄었다. 남는 게 없다. 여기에 국내 공장 상당수가 몰린 대구에도 코로나19가 터져 정말 힘들게 최근에서야 입고 수량을 맞췄다. 다른 구단들도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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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즌 개막이 연기된 남녀 프로골프 업계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급작스러운 대회 취소나 중단으로 대회 준비에 돌입했던 골프대회 대행사들은 곤란한 처지다. 이미 예산이 집행된 부분도 있고, 관련 협력 업체를 통해 장치물이나 인쇄물 제작도 시작했는데 대회가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잦아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대회 골프장 역시 어떻게 대회를 준비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한 골프 대행사 대표는 “대회를 준비하며 이미 사용한 예산 문제 등은 잘 해결되리라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들까지도 힘든 상황이라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캐디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의 캐디 중 상당수는 주급 계약을 맺는다. 주급은 약 150만원 전후로 형성돼 있고, 우승 시에 보너스 등을 추가로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4월9일 제주도에서 열릴 국내 개막전)부터 3개 대회가 취소되면서 캐디들 입장에서는 3주치 주급이 날아간 상황”이라며 “그나마 레슨을 하는 캐디들이야 상황이 낫겠지만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시즌이 짧아지는 만큼 연간 계약으로 이뤄지는 기업과의 스폰서 계약에서도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스폰서 계약과 우승에 따른 보너스에서 나오는 수익이 적어지면서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5월 중순까지 투어가 중단된 상태다. 국내 골프계는 그 이후에나 투어가 정상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문제지만, 이런 흐름이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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