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입문 뒤 9년간 하는 일 꼬여
긍정·노력하는 만큼 잘되길 기원
항상 긍정적인 자세의 고태완.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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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완(28)은 잘 뛰고 축구를 좋아했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삼촌이 골프 클럽을 사주면서 “운동신경이 좋으니 골프를 해보라”고 권했다. 몇 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쳤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주니어 시절 장타를 쳤으며 성실하고 착하고, 밝고, 공부하려는 자세도 남달랐기 때문에 성공할 아이로 보였다”고 평했다. 그의 부모님은 경동시장에서 자영업을 했다. 비싼 골프 아카데미에는 오래 다니긴 어려워 주로 혼자 연습했다.
중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자마자 발목을 다쳤다. 몸을 아끼지 않고 훈련하다 악화했다. 다친 발목을 학교 급식 차에 부딪혔다.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고태완은 “부모님 고생을 내가 끝내고 싶어 고 2때 프로 테스트를 봤다”고 말했다. 세미프로 테스트에선 1등을 했으나 1부 투어 출전권은 따지 못했다.
2부 투어에서 고태완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고태완은 샷 거리가 길고 공격적으로 경기한다. 드라이버 샷이 몇 차례 OB가 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드라이버 입스라는 수렁에 빠졌다. 칩샷 두려움증도 생겼고, 퍼트할 때 몸이 굳었다. 세 가지 입스에 동시에 걸렸다. 고태완은 “빨리 성공하려고 조바심을 낸 것 같다”고 했다.
고태완.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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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다녀오면 나을까 했는데 2014년 전역 후에도 입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2016년엔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됐다. 골프를 그만 두고 건축업을 하려 했다. 고태완 정도의 성실성이라면 성공했을 텐데 부모님은 골프를 계속 하기를 권유했다.
고태완은 새벽 6시 반에 연습장에 나가 어두워진 후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스윙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경추 척추증이 생겨 목이 아팠다. 갑자기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도 있다. 운전하다가 톨게이트 벽에 부딪히는 등 사고가 났다. 대회 중 쏟아지는 졸음에 집중력을 잃을 때도 있다.
프로가 된지 9년만인 2018년 드디어 1부 투어에 올라왔다. 한국과 일본의 출전권을 동시에 땄다. 안 하던 걸 두 개를 동시에 하니 이도 저도 안 됐다. 2019년엔 국내 투어에만 전념하려 했다. 그러나 개막 이틀 전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일 년을 쉬어야 했다.
올해는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지금까지 경비를 아끼며 훈련을 해 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나한테 아낌없이 투자 했다. 3개월간 여건이 좋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시 높은 산이 그를 가로막고 있다. 코로나 감염증 때문에 대회는 언제 열릴지 모른다.
고태완은 의지와 재능은 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는 선수로 보인다. 기자는 세 가지 입스를 극복한 선수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고태완은 “내가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준 분들이 있었다. 외삼촌과 지인인 김영만, 김지만 대표님이 큰 힘이 됐다. 도움 못 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독립심도 생겼다”고 했다.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라는 말이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을 말한다. 고태완은 AQ가 높다. 지난해 개막 이틀 전 생긴 부상에 대해 그는 “쉬는 동안 오히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전지훈련 비용을 모을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했다.
고태완은 또 “나는 타이틀리스트 모델 겸 엠버서더인데 이러다할 성적도 안 났고 1년 동안 공백도 있던 나에게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나는 행운아”라고 했다.
행운만은 아니다. 이 회사 박성준 마케팅 팀장은 “해외 광고 촬영 후 회식을 했는데, 그 다음 날 새벽 혼자 모래사장을 뛰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잘 될 선수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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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완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골프는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종목은 아니다. 고태완에게 "만에 하나 골프에서 안 된다 하더라도 긴 인생에서는 꼭 성공할 사람으로 보인다"했더니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 하겠다. 좋아지고 있고 방법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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