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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디그의 여왕' 김해란 "25년 정들었던 코트…행복한 기억만 안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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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인터뷰] "올림픽 못 가 아쉽지만 그 또한 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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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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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36·흥국생명)이 코트를 떠난다.

김해란은 최근 흥국생명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지난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김해란은 2019-20시즌 막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기 종료되면서 아쉽게 코트와의 작별을 알렸다.

김해란은 10일 뉴스1에 "정말 행복했다. 좋은 기억만 안고 떠난다"고 말했다.

마산제일여중-마산제일여고를 거쳐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김해란은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2016-17시즌 여자부 최초로 리베로 2억원 시대를 열었고, 올해까지도 국가대표 리베로로 출전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선수 생활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는 대회가 내년으로 미뤄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해란은 "어쩔 수 없다. 내 복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웃은 뒤 "아쉬운 것보다 좋았던 것들만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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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했던 김해란.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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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 원년부터 뛰었던 김해란은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 지난해 통합우승을 떠올렸다. 그는 "그래도 작년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서 한을 풀었다"며 "너무 원했던 것이지만 막상 허무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김해란은 최근 은퇴 소식을 가족에게 이야기 했다. 지난해 부친상을 겪고 최근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김해란은 "어머니께 은퇴 이야기를 꺼냈더니 많이 우시더라. 힘들게 배구했던 것이 떠오른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구를 했던 김해란은 "어렸을 때부터 배구 때문에 가족과 떨어진 시간이 많았다"며 "힘들게 운동을 했지만 이렇게 성공했다는 이야길 들으며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은퇴 후 계획은 미정이다. 현재 WK리그(여자실업축구) 보은 상무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남편 조성원 코치와 결혼 후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을 가고 싶은 계획도 있다. 남편은 은퇴를 결정한 김해란에게 "그 간 고생 많았다"고 다독여 줬다.

그는 "2013년에 결혼했는데 계속 리그를 뛰느라 신혼여행을 못 갔다"면서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외국으로 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웃었다.

김해란은 V리그에서 '기록의 여왕'으로 꼽힌다.

그는 남녀부 최초이자 최다인 9819디그를 기록했고, 통산 4609개의 리시브를 달성했다. 2015년에는 V리그 최초로 1만 수비(리시브 정확+디그 성공)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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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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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 한 명도 없는 1만디그를 앞두고 코트를 떠나게 된 그는 "200개만 더 했으면…"이라면서도 "이 또한 내 복이다"고 했다.

여전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이나 팬들은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김해란은 "매년 선수생활을 어떻게 마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후회 없이 뛰었고, 좋은 순간에 은퇴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미친 디그', '디그의 여왕' 등 많은 별명을 얻은 김해란이다. 그는 "팬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다 소중하고 고맙다"며 "리베로 포지션이 예전에는 조명을 받지 못했는데 (여)오현 오빠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 앞으로 리베로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 또한 미정이다. 그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일단 출산 계획이 있지만 지도자에 대한 생각도 있다. 푹 쉬면서 생각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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