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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홍보 넘어 가짜뉴스까지… '선넘는' 팬덤,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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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봉사활동 등 선한 영향력 전파하지만

과도한 애정에 기획사 영역 침범사례 늘어

최근 '이태원 아이돌' 논란 특정 팬덤 관여

결국 사실로 드러나 기획사가 뒤늦게 진화

"기획사, 권한·책임 사이 균형감 유지해야"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글로벌 스타로 입지를 다진 K팝 아이돌에 대한 팬덤의 과잉보호가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소속사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실명이 공개된 소위 ‘이태원 아이돌’들은 첫 보도(이데일리 5월 13일 보도) 후 팬덤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우려해 진실 덮기에 나서면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정국, 아스트로 차은우, 세븐틴 민규, NCT 재현(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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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균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데일리에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아티스트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기획사가 갖고 있던 의사결정 권한을 기울게 하고 있다”며 “기획사는 책임을 전제한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지만, 팬덤은 책임이 없는 감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면서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니지먼트에 스타와 팬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은 쌍방향 소통, 참여의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인 K팝 열풍 속 팬덤의 존재감은 어느새 스타 못지않게 커져버렸다. 팬덤(Fandom)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한 가수를 좋아하는데 그쳤다면, 현재는 특정된 다수가 한 가수를 좋아하고 그들끼리 똘똘 뭉쳐 조직적인 형태로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 엑소의 팬덤인 ‘엑소엘’, 트와이스의 팬덤인 ‘원스’, 블랙핑크의 팬덤인 ‘블링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특정 가수의 든든한 팬이자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팬덤 활동은 선호하는 가수를 향한 관심 표출과 서포트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가수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앨범 구매, 음원 스트리밍, 콘서트 티켓팅은 물론이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면서 스타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게 된다. 이들은 또 팬덤 활동을 통해 새로운 팬의 유입을 원활하게 하고, 다양한 연령대로 팬층을 확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스타를 알리기 위해 팬들끼리 힘을 합쳐 광고도 하고, 더 나아가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펼치는 등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반면 도를 지나친 팬덤 활동은 스타는 물론 소속사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스타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인 ‘사생팬’을 비롯해 밑도 끝도 없이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는 악플러와 다름 없는 악성팬은 사회적 악으로 대두되고 있다.

더 나아가 팬덤의 역할이 스타를 향한 애정을 넘어 기획사의 홍보·매니지먼트 영역까지 침범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팬덤은 매니지먼트가 해야 할 영역을 침범, 스타 알리기를 넘어 스타 관리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업무적 혼선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에서 떠돌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곤 한다.

‘이태원 아이돌’의 경우가 그렇다. 방탄소년단 정국,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세븐틴 민규 등 친분있는 아이돌 몇 명이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것 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해당 지역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지역 방문자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 및 자가격리 요청이 있을 때 이들은 소속사에 이를 통보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 팬덤은 안티들과 인터넷에서 설전을 벌이고 인터넷상에서 관련 게시물들을 삭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는 등 사실 감추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이들이 이태원 목격담을 자신이 거짓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며 자필 사과문까지 게재했으나 소속사들의 공식 사과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다. 일부 기획사는 앞서 공식 입장을 준비하다 이 같은 팬들의 행동을 감안해 발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각 기획사들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방역’보다 스타의 ‘개인 사생활’을 우려한 팬덤의 과한 행동이 문제를 확대했고 나아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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