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낳으면서 작년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내년 시행과 동시에 ‘예고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0일 법 시행과 동시에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개 노조가 원청에 즉시 교섭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교섭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백명은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집결해 ‘투쟁선포대회’를 열고 “노동기본권 투쟁으로 쟁취하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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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노동자의 법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도 원청 기업과 근로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해석 지침을 통해, ‘사용자’ 개념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등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기준을 확대했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문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사내하청으로 적용 범위를 좁히기 위해 애를 썼지만 별 소용이 없다. 행정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n차 하청’ 업체들도 교섭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쟁의행위 시 노조에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사업장 내 재물손괴 등 폭력 사태를 사실상 용인해 주는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은 협력업체와 공급망 할 것 없이 노조 조직력이 끈끈한 곳이 많다. 재계에서는 노조 사이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분위기가 포착된다는 전언이다. 딱히 불만이 없는 사업체의 노조도 집행부가 뭔가 액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측이 꺼려했던 교섭 요건들을 이번에 싹 다 한 번에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문제는 작년 9월 노란봉투법이 공포된 이후,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정의선 회장의 이른바 ‘깐부 회동’, 그리고 올해 1월 ‘CES 2026’의 휴머노이드 쇼크를 거치며 AI 혁명기를 본격 맞닥뜨렸다는 점이다. 법은 원래 시대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이 경우는 법이 현실의 변화 속도에 뒤처져도 너무 뒤처진 격이다.
AI 로봇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일할 날이 머지않았다. 노동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쟁의 대상으로 삼고 혁신을 경직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벌써부터 현대차 노조는 “협의 없이는 로봇을 단 한대도 들일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기술을 우리 산업을 혁신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 소외를 방지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6개월 전에 공포돼 지금 도착한 노란봉투법은 생뚱맞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일련의 상황들이 미래 산업과 노동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혁명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지만 언젠가는 올 현실이었고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해 각계의 수많은 우려에도 노란봉투법은 6개월을 지나 시행됐고 이는 우리 산업계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산업이 외화를 벌어들이고 고용을 창출하면서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노-사 간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미래 AI 시대 발전상황을 최대한 아우를 수 있는 산업 발전과 노동 정책을 수립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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