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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美 'AI 인프라 버블론' 투자 대비 실익 경고…韓 언제까지 'AI 수혜국'? [인더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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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 경제와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다소 부정적 시각이 공유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AI가 분명한 트렌드이기는 하나 화려한 겉면과는 달리 수익률은 불확실하다는 것. 소위 'AI 인프라 버블론'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알파벳,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을 감행하며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 총액은 미국 전체 상장 제조업 기업의 설비투자보다 많다.

    실제로 제이슨 토마스 민간 투자 분석기관 칼라일그룹 분석가는 “이들 기업의 투자만으로도 최근 분기 미국 GDP 성장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겉으로 보자면 AI가 새로운 국가성장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와는 달리, 이 같은 투자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선 회의가 쏟아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비평적 기술 저널리즘 플랫폼 BITM(Blood in the Machine) 등 주요 매체들은 잇따라 ‘AI 인프라 버블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공통적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미국 경제를 부양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화는 미지수”라며, 지난 2000년대 닷컴 버블의 전철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근거도 명확하가. 지난 2년간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이익은 73% 급증했지만, 이들 4개사(애플 포함)의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같은 기간 30%나 감소했다는 팩트셋(FactSet)의 분석 결과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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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메타는 2분기 순이익이 36% 증가했음에도 자유현금흐름은 22%나 감소했고, 2025년 자본 지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 지출 중 일부는 광고·콘텐츠 등 기존 사업과 관련이 있지만, 대부분은 생성형 AI 분야에 대한 선행 투자다. 수전 리 메타 CFO는 “생성형 AI 투자에서 당장의 수익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물류센터 투자를 줄이면서 한때 자유현금흐름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AWS의 AI 인프라 확대로 다시 급감하는 추세다. WSJ의 경우 아마존의 자유현금흐름은 지난해보다 3분의 1로 줄었다고 전했다. MS는 AI 인프라 매출의 상당 부분이 ‘오픈AI에 대한 원가 기반 청구’일 수 있다며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이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넘겼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에 합류했다. CNN에 따르면 MS는 단 1년 반 만에 3조에서 4조 달러로 성장했다. WSJ에 따르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이미 2000년대 닷컴 시대의 통신망·인터넷 인프라 투자 총액을 상회했으며, 이제는 ‘철도 시대’ 수준의 투자에 근접하고 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더타는 지난 6개월간 미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요소 중, 소비지출보다 AI 인프라 투자 기여도가 더 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0년대까지의 ‘무형자산 중심의 자산경량형 모델(asset-light)’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자산중량형(asset-heavy)’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풀이다. 소프트웨어·플랫폼 네트워크 효과로 수익을 내던 기업들이 이제는 서버, H100 GPU, HBM 메모리, 전력설비, 냉각설비, 데이터센터 부지 등을 물리적으로 보유해야만 AI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스콘신주 마운트플레전트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아마존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 1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투자는 미래의 수익성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 기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이슨 토마스 분석가는 현재의 투자 규모가 결국 수익으로 돌아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특히 이들의 수익 실현 시점은 대부분의 주주가 원하는 ‘투자기간 내 수익’이라는 시간지평과는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저에는 금리 인상기라는 구조적 제약도 존재한다. 지난 10여 년간의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들 기업이 창출한 잉여현금이 채권시장으로 재유입되며 저금리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연준의 긴축과 금리 인상, 국채 매입 축소가 겹치며, 이제는 그 자체로 금리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

    토마스 분석가는 2020년 이후 기업의 누적 자유현금흐름은 GDP 대비 2009년 이후의 같은 기간에 비해 7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투자 부담이 기업 자체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국가경제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

    더불어 정치적 환경도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BITM은 AI 인프라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유일한 지지대가 됐다면, 이 지지대가 무너졌을 때의 충격은 닷컴 버블 이상의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지금의 AI 붐은 다수의 일반 소비자 수요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거대 기업 간 인프라 거래와 정치적 후원 구조 위에서만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소비자 여론조사에서도 AI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긍정보다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AI 기술 그 자체가 단기 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AI는 이미 감시·자동화 도구로서 산업 전반에 깊이 스며들고 있으며, 챗봇을 포함한 일부 서비스는 대중화 초기 단계임에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다만 이들은 기업들의 수익 모델과 투자 규모, 정책적 방향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 전반에 새로운 취약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품이 언제, 어떻게 수축하게 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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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언제까지 'AI 수혜국'…변수에 따라 유연하고 기민해야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가 세계 자본시장과 산업 지형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거대한 흐름의 하위 수혜자이자 동시에 구조적 압력을 받는 위치에 놓여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력, 통신망 등 주요 산업이 모두 AI 인프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미국발 AI 버블의 팽창과 수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은 최대 수혜국 중 하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SSD, AI 서버 부품, AI 전력용 IGBT 등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이노텍, 한화, DB하이텍, LX세미콘 등 다수의 기업이 미국과 대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출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단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엔비디아와의 거래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이로 인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낙관은 구조적 리스크와 맞물려 있다. 미국 기업들의 AI 투자 지속 여부는 여전히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고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변수에 노출돼 있다. 미국발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경우, 고정비 중심의 AI 부품 산업은 곧바로 실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서 2023년 서버 DRAM 수요 급감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규모 적자를 안긴 사례가 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AI 관련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국내 기업들도 유사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전력망과 에너지 정책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자국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수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 소스를 조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을 두고 전력 소비량이 지역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AI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과부하를 주고 있다. 수도권은 송전선로 갈등, 지방은 채산성 부족 등 이중 문제가 겹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 탄소 중립 논의에 반(反)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국내 역시 유사한 비판과 정책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정책 환경의 변화다. 미국은 AI 인프라 투자를 ‘전략적 민간 자본’으로 간주하며, 보조금·규제 완화·에너지 우선 배정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환경은 더욱 유리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규제, 토지 인허가, 수도권 총량제, 전력 수급 제한 등 각종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일본, 말레이시아, 미국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이전하거나 투자처를 조정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미국의 AI 버블이 금융시장 전반에 과도한 낙관을 반영하고 있을 경우, 한국 역시 AI 관련 밸류에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관 자금이 집중된 2차전지, 반도체, AI 서버 관련 종목들은 기술적 조정 국면에서 큰 변동성을 노출할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을 통한 산업육성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열풍은 단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수출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자극하는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조응력, 에너지 인프라, 수익성 기반, 금융 안정성 등 복합 요소에 따른 구조적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단순한 수출 호재로만 해석하기에는 지나치게 불확실한 시그널들이 축적되고 있으며, AI가 한국 산업과 사회 전반에 던지는 과제는 점점 복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 없이는, ‘AI 수혜국’이라는 말마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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