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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팔순 노 감독이 전하는 고마움, 여전히 김영덕 감독 모시는 빙그레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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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영덕 감독.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어느새 팔순이 넘었지만, 변치않는 제자들의 정성이 흐뭇하기만 하다.

지난 18일 김영덕(84) 전 빙그레 감독이 본지에 전화를 했다. 몇년전에 위암수술을 받았고 최근엔 어지럼증으로 기력이 예전같지 않지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빙그레 시절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십여명이 스승의 날에 통장으로 돈을 넣어준다. 매년 그렇게 보내준다. 감독 그만둔지가 20년이 지났는데, 너무 고맙다”라고 했다. 영광과 격랑을 온 몸으로 겪어온 노 감독이지만, 제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씀씀이에 울컥했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진심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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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이 김영덕 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10. 9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승의 날이 되면 어김없이 돈을 모아 김 감독에게 부친건, 현 한화 스카우트 총괄인 이상군을 비롯해 정민철(한화단장), 한용덕(한화감독), 송진우, 장종훈(이상 한화코치), 임주택(한화스카우트), 지연규(NC코치), 강석천(두산코치), 진상봉(SK스카우트), 이정훈(한일장신대코치), 이종호(북일고감독), 이강돈(충남중감독) 등이다. 이들은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며 시대를 풍미했다.

김영덕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난카이 호크스에서 8년간 투수로 뛰었고 지도자로선 북일고를 거쳐 1982년 OB감독으로 KBO리그 원년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삼성을 거쳐 1988시즌 부터 빙그레 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6년 동안, 빙그레는 강했다. 총 4차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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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김응용 감독. 스포츠서울DB


김 감독의 제자 중 가장 선배급인 이상군 총괄에게 전화를 했다. 은사를 위해 그는 빙그레 출신 선수들을 모으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에게 김 감독이 본지에 전화한 이야기를 했다.

이 총괄은 “이번엔 직접 찾아뵙지도 못했다. 조용히 감사 인사를 드린거 뿐이다. 해태 출신들은 (김응용 감독 팔순잔치)거창하게 하기도 하던데, 우린 크게 내색할 일이 아니라서…”라고 했다.

이 총괄은 손사래를 쳤지만, 빙그레 멤버들은 오랜기간 은사를 모셨다. 김 감독이 건강할 때는 함께 골프도 치며 화합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5년 전에 수술을 받으며 모임이 잠시 흐지부지 해졌다. 그리고 3년 전, 다시 시작됐다.

이 총괄은 “금액은 각자 알아서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라며 “우리 말고도 개별적으로 명절이나 스승의 날에 찾아가는 제자들이 많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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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감독과 이상군 총괄의 인연은 깊다. 두 사람은 북일고부터 빙그레까지 줄곧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 총괄은 “감독님은 운동장에선 매우 엄하셨다. 훈련도 많이 하고 인정사정 안봐주셨다. 그러면서도 굉장이 정이 많으셨다. 잘 챙겨주셨다. 나는 북일고 시절 감독님을 만나 야구에 눈을 떴다. 야구쪽에선 친아버지와 같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어린 제자들을 엄하게 다룬 이유가 있다. 자신보다 훨씬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김 감독은 “나는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는데 담배를 안피고 술도 한방울 안했다. 살아남기 위해 커피도 안마시고 오로지 토마토나 오렌지 주스만 마셨다. 재일교포라 구박도 많이 받았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성공하진 못했다. 내 제자들은 제발 성공하길 바랐다. 그래서 엄하게 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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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한용덕 감독과도 특별한 사이다. 동아대에서 부상으로 중퇴한 북일고 출신 한용덕은 1987년 대전구장을 기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김 감독이 그를 팀의 배팅볼 투수 겸 육성선수로 불러들였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도 야구의 꿈을 놓지 않았던 한용덕은 1년 뒤인 1988년 7월 데뷔 첫 승을 시작으로 빙그레의 에이스가 됐다.

이런 각자의 사연이 있기 때문에 김 감독과 빙그레 멤버의 끈끈함이 이어지는 듯 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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