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리얼돌 사태는 K리그 마케팅 업무 본질과 관련해 경종을 울렸다. 스포츠서울DB |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리얼돌 사태’는 K리그 빅클럽이자 가장 많은 마케팅 인력을 지녔다는 FC서울에서 발생한 사태인 만큼 책임자 및 관계자 징계나 문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열악한 예산과 마케팅 인력이 부족한 타 구단도 경각심을 느끼고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리얼돌 사태는 지난해 유벤투스 초청 K리그 올스타전에서 불거진 ‘호날두 노쇼’ 사건과 더불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이 외부업체 검증 미흡부터 문제가 따른 대표적인 최근 사례다. 프로연맹은 지난 20일 서울 구단 리얼돌 사태와 관련한 상벌위원회 징계안을 발표한 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구단도 연맹도 인력 한계와 여러 제한 속에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포츠마케팅,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는 각각 ‘마케팅 전문인력 부족’과 프로스포츠 구단의 ‘오프닝 마인드 실종’을 본질을 나타내는 실질적 현상으로 꼽았다.
인력 문제는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다. 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연맹 사무국부터 각 부서 허리를 담당하던 인력이 대거 타 스포츠 단체 등으로 떠났다. 오히려 구단 주요 보직자보다 업무 경력이 적거나 아예 경험이 없는 이들이 배치돼 지적받기도 했다. 그나마 프로연맹은 구단과 비교하면 각 인원이 소속 부서 업무에만 집중할 환경이다. K리그 주요 구단은 과연 프로 구단으로 구실을 할 만한 인력 구조를 품고 있는지부터 의문이 든다. 일부 구단은 윗선과 실무자 간의 불협화음으로 특정 부서 전문 인력이 전혀 생뚱맞은 부서에 몸담고 있다. 특히 지역민의 삶의 질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프로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내세우며 홍보·마케팅을 크게 강조하지만 이 분야에 특화한 사람을 앉히는 건 이전보다 인색하다.
스포츠마케팅 한 관계자는 “프로축구 등 주요 스포츠 구단을 보면 선수지원팀이나 강화부서처럼 당장 경기력 및 결과에 영향을 끼칠 만한 부서엔 전문가를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의외로 최근 홍보나 마케팅 부서는 보직 순환 위주로 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은 (구단 운영에서) 약간 서브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마케팅 전문 인력이 업계를 떠나거나 자기 의지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잦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구단은 홍보나 마케팅 책임자를 선수 운영 등 타 부서 업무를 겸임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 사안에 대한 디테일한 검증 등이 이뤄질 수가 없다.
흥행과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은 어느 산업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계산이 따라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 관계자는 “전문 인력을 두지 않고 여러 성과를 요구하는 게 대다수 구단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손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번 리얼돌 사태도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 직후 “경기 중 주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해명은 마케팅 업무를 하는 이들이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1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연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마네킹이 관중석에 설치되어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는 오프닝 마인드 실종을 언급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백화점 등 유통 업계를 보자. 오픈 시간이 10시라면 최소 1시간 전부터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고객을 맞이한다. 프로스포츠는 관중이 들어오는데도 무언가를 보수하거나 분주한 경향이 있다”며 “마케팅 개념으로 오프닝 마인드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결여되면 리얼돌 사태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건 혹여 이번 일로 스포츠단 마케팅이 경직될까 봐 우려된다. 스포츠를 테마로 한 마케팅은 도전적이고 다양해야 한다. 구단 윗선서부터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따른다면 K리그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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