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것일까. ‘강정호 상벌위원회’의 결론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법원에서는 음주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33)이지만, 야구판에서는 계속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KBO는 25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강정호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강정호는 앞서 2009,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까지 발각되면서 ‘삼진 아웃제’가 적용,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상벌위 안건은 강정호의 3차례 음주운전이었다.
KBO가 강정호에 1년 유기실격과 300시간 봉사활동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가 웃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음주운전 이후 야구인생이 꼬인 강정호다. 세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다. 징역형 선고로 미국 비자발급이 제한돼, 2017시즌은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8시즌부터 복귀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8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돼,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지난 20일 KBO에 임의탈퇴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법률대리인으로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 사무총장인 김선웅 변호사를 선임했다.
강정호의 복귀에는 징계가 전제가 되고, 징계의 쟁점은 명확했다. 바로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규정의 소급 적용이었다. 151조를 보면 음주운전 3회 이상을 저지르면 최소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규약이 2018년 9월 11일에 개정이 됐다. 지난 2016년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소급적용이 될 수 있는지가 바로 쟁점이었다. 또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는 메이저리그 소속이던 2016년 음주운전을 징계 대상에 넣을 수 있을지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이날 상벌위원회는 최원현 위원장은 물론, 상벌위원인 김기범 경찰대 교수,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장, 민경삼 KBO자문위원, 김재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평소에 비해 오래 걸린 상벌위원회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해 6시를 훌쩍 넘겼다. 2시간이 지난 시점에 심의를 끝냈고, 검토하는데 1시간이 소요됐다. 상벌위원회가 시작하고 나서 법률대리인인 김선웅 변호사가 강정호의 반성문과 소명서를 제출했다. 당사자인 강정호는 미국에 체류 중이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강정호 복귀에는 이미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고 엄격해지면서 강정호가 다시는 야구계에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상벌위원회가 심의와 검토를 마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상벌위원회의 결정은 ‘경징계’였다.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다.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에 가까웠다.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강정호는 임의탈퇴선수 신분이기에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할 수 있다. 징계는 계약 후 적용된다.
그라운드 복귀에 앞서 강정호가 환한 미소와 함께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할지 모르고, 야구팬들은 그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 KBO가 그 길을 열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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