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 초기엔 컷 탈락자 위로금
보통 우승자 18% 상위 5명 45%
우승 상금 요율 낮추면 분배 개선
전체 생존 위해 내리는 게 바람직
가장 역사가 깊은 골프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 요즘 우승자는 총상금의 18%를 받는다. 초창기 대회에서는 상위 4명만 상금을 받았고 중간에 기권해도 위로금을 받았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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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 챔피언십이 생긴 1860년, 상금은 없었다. 우승자는 챔피언 벨트를 1년 동안 보관할 권리만 받았다. 몇 년 뒤 4등까지 상금을 받게 됐다. 흥미로운 건 이 상위 4명을 제외한 일반 선수보다 컷 탈락자가 먼저 돈을 받았다.
사건이 있었다. 1889년 디 오픈 챔피언십은 낮이 짧은 11월에 열렸는데, 출전 선수가 평소보다 많았다. 시간이 촉박했다. 주최 측은 경기를 끝내기 위해 우승 가능성이 없는 하위권 선수들에게 기권을 권했다. 포기하는 선수에게는 위로금 조로 돈을 줬다. 이게 컷 제도로 발전한다. 최하위 선수에게 돈을 준 건 결과적으로 극빈층을 위한 복지정책과 비슷하다.
요즘은 상금을 컷 탈락한 선수는 못 받고, 통과 선수는 모두 받는다. 상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남자 4대 메이저 등 일반 대회의 우승 상금은 총상금의 18%다. 상위 5명이 약 45%를 받게 설계한다. 한국 남자프로(KPGA)와 여자프로(KLPGA) 협회 모두 총상금 중 1위가 받는 비율이 20%다. 원래 18%였는데 약 10년 전 올렸다. 우승상금 비율 변경은 KLPGA의 경우 총상금 5억 원 대회가 주류였을 때 대회 스폰서들이 강력히 원했다. 20%라야 우승 상금 1억원 짜리 대회가 된다. ‘억대 우승 상금’이라면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긴장감도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일부 스폰서는 우승상금 비율을 더 올려주는 조건으로 대회를 후원하기도 한다. 한화 클래식 우승상금 비율은 25%다.
KLPGA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선수 수입이 줄자,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며 스폰서가 동의할 경우 우승상금 비율을 18%로 내리기로 했다. 총상금 10억원 대회라면 우승자 몫이 2억원이었는데, 이제 1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올해는 자율적이지만 내년부터는 일률적으로 18%로 내릴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KLPGA는 상위 선수에게 유리하던 상금 분배 구조를 코로나19를 계기로 바꾸는 것이다. 우승상금 비율은 높을수록 상후하박, 낮을수록 하후상박 구조다. 우승을 자주 하는 정상급 선수야 당연히 우승상금 비율이 높은 게 좋다. 이 경우 정상급 선수 외에는 몫은 줄어든다. 18% 우승상금 비율에서 상위 5명이 45%를 가져가지만, 20% 비율에선 약 49%다.
우승상금 비율을 높이고 내리는 건 엘리트 스타 시스템이냐, 평준화냐의 철학 차이다. 사실 스포츠는 소수의 엘리트 선수가 주도한다. 다들 ‘황제’ 마이클 조던(농구)이나 타이거 우즈(골프), 로저 페더러(테니스)를 본다. 10등에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엘리트에 돈을 몰아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 KLPGA와 KPGA가 추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나머지 구성원의 복지와 안전망도 중요하다. 그런 기반 위에서 새로운 스타도 나오고, 발전도 지속 가능하다. 1등은 상금 외에도 광고 등으로 큰돈을 벌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우승상금 비율 20%는 비정상적으로 높다. 대회 수와 상금액이 늘어난 KLPGA는 이제 굳이 엘리트 시스템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1등 상금을 줄인다고 우승자가 내 몫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다. PGA 투어의 상금 큰 대회 중에는 우승상금 비율 16%짜리도 있다. KPGA가 우승상금 비율을 내릴 여건이 되지 못하는 건 아쉽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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