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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고마워요 김연경' 배려와 희생으로 이뤄진 국내무대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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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스타이자 세계 여자배구 정상급 공격수인 김연경이 11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다. 사진=연합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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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32)이 해외에서 받던 연봉에 비해 5분의 1도 안되는 조건으로 친정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는다. 동료 선수를 위한 배려와 국가대표로서 책임감 때문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김연경과 연봉 3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연경은 2008~09시즌 해외리그에 진출한 뒤 일본, 터키, 중국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제 11년만에 다시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금의환향한다.

김연경은 구단을 통해 “무엇보다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면서 “많이 응원해준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흥국생명 측은 “김연경 선수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선수와 1년 남짓 남은 올림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연봉 깎은 통 큰 결정, 팀과 동료 위한 배려

국내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걸림돌이 많았다. 하지만 김연경은 통큰 결정을 내렸다.

김연경은 해외에서 20억원에 육박하는 톱클래스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흥국생명 입단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받기로 한 연봉은 3억5000만원이다. 해외에서 받은 연봉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흥국생명은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인 6억5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연경은 스스로 몸값을 3억원이나 깎았다. 자신의 계약으로 피해를 볼지 모르는 국내 선수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연봉 문제는 김연경의 국내 무대 컴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음 시즌 여자부 구단의 샐러리캡은 연봉 18억원과 옵션 5억원을 포함한 23억원이다.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주전 멤버인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자매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면서 이미 10억원을 쏟아부었다. 나머지 13억원으로 김연경을 비롯한 나머지 연봉을 해결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이 최대 금액인 6억5000만원을 받을 경우 나머지 3억5000만원으로 10명 안팎의 선수와 계약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몇몇 선수들은 연봉이 깎이거나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연경은 자신 때문에 다른 선수가 피해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흥국생명과의 첫 만남에서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었다. 결국 김연경의 통 큰 결정 덕분에 흥국생명 후배 선수들은 문제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도쿄올림픽 앞둔 국가대표팀에도 희소식

김연경의 국내 복귀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게도 큰 희소식이다.

김연경은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면서도 국가대표를 위해 헌신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경기당 평균 25.8점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면서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았다.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올림픽 MVP에 뽑히기도 했다. 4년 뒤 리우 올림픽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딛고 대표팀을 8강에 올렸다.

김연경의 대표팀 사랑은 각별하다. 김연경은 올해 1월에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예선에서 심각한 복근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진통제를 맞고 대회를 치렀고 끝내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부상 치료 때문에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봉이 삭감되는 손해를 경험했지만 대표팀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꾸고 있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출국 인터뷰에서 ”양효진과 ‘우리의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100% 이상을 쏟아내자’고 자주 말한다“며 ”도쿄올림픽은 2012년 런던(4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8강) 대회보다 우리에게 잘 맞는 것 같다.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김연경 가세한 흥국생명, 절대강자 군림...전승 우승도 도전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가세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단숨에 떠올랐다. 김연경 한 명만 있어도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흥국생명인 이미 국가대표 주전 멤버인 이재영. 이다영까지 버티고 있다. 사실상 국가대표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팀 감독들은 벌써부터 지나친 전력 쏠림을 우려하고 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김연경은 지금까지 V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를 모두 합해도 가장 뛰어난 선수다”며 “V리그 최고 레프트였던 이재영에, 세터 이다영을 영입한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가세하면 다른 5개 팀이 흥국생명에 도전하는 형태가 된다”고 밝혔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합류하면 ‘결과가 뻔한 경기’가 많아질 것이다”며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의견이 지배하면 다른 구단이 투자에 인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제로 2005년 당시 최하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인 ‘특급 신인’ 김연경을 영입한 뒤 곧바로 2005~06, 2006~07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07~08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2008~09시즌 역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김연경은 2005~06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MVP룰 차지했다.

지금의 김연경은 그때와 비교해 기량과 경험 모든 면에서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 이재영은 김연경이 오기 전 V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다가올 시즌 흥국생명이 ‘절대 1강’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프로배구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새 시즌에 전승 우승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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