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김해고와 부경고의 경기에서 김해고가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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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선수들 앞에 학부모들이 두 줄로 나란히 섰다. 선수들의 이름과 응원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활짝 펼쳤다. 막 승리를 따낸 선수들은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그 앞을 지나갔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의 기쁨은 달콤했다.
2003년 창단한 김해고가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부경고와의 8강에서 8-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상대 주자가 단 한 명도 3루를 밟지 못했을 정도로 일방적인 승리였다. 김해고가 전국대회 4강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은 팽팽했다. 2회까지 양 팀 모두 선취점을 뽑지 못했다. 균열이 일어난 건 3회초였다. 김해고는 2사 2루 찬스에서 3번타자 박진영(18)과 4번타자 정종혁(19)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2-0으로 앞서나갔다. 분위기를 탄 김해고는 4회초에만 타자일순하며 완승을 예고했다. 특히 3연속 볼넷으로 맞은 무사만루 기회에서 1번타자 황민서(18)가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치면서 승부의 추가 김해고로 기울었다.
홈 플레이트에서 1루까지 거리(27.43m)를 3.8초대에 끊을 정도로 발이 빠른 황민서는 박무승 김해고 감독이 꼽은 팀의 키 플레이어다. 이날도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 롯데 손아섭이 롤 모델이라는 황민서는 “깊은 외야플라이라도 치겠다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앞에 놓고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해고는 이날만 6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마운드에서는 4명의 투수가 부경고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특히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준수(19)는 3과 3분의1 이닝 동안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상대의 추격의지를 끊었다. 김준수는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에이스 투수 김유성(18)을 아낀 것은 김해고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장신(키 190㎝) 오른손 투수인 김유성은 프로야구 NC의 1차 지명 후보로 꼽힌다. 박 감독은 수훈 선수로 포수 정종혁을 거명했다. 1회말 상대의 2루 도루를 저지해 기선을 제압한 것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부경고로선 에이스 투수 권동현(19)이 투구 수 제한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15일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공 104개를 던진 권동현은 현행 규정에 따라 나흘(91개 이상) 휴식을 취해야 했다.
경기 뒤 박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 (결승전까지) 2경기가 남았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다음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민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감독님께 감사하다. 선수들이 컨디션만 더 끌어올리면 충분히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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