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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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 간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우정)’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면 중단된 북-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북-미 외교의 핵심이었던 ‘톱다운(Top down·하향식)’ 대화가 복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북-러 안보 밀착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도전 과제로 떠오른 데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일촉즉발로 고조되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2기 외교안보팀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 두 정상 간 대화가 재개돼도 비핵화 협상이 뒷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선(先) 대화-후(後) 협상’ 추진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수 차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했다. 올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는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해외 정상은 김 위원장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뿐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도 로이터통신에 “경험상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적인 관여에 훨씬 더 열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화가 다시 열리면 관계 개선과 김정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앞서 먼저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은 일단 ‘선(先) 대화 재개-후(後) 협상’ 기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시설 신고와 동결, 제재 완화 등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사전 단계로 이뤄져 온 북-미 간 신뢰 구축 조치에 대한 협상을 일단 뒤로 미루고 대화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북-미 정상 대화에 앞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한국의 대북특사단 방북을 통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중단) 선언,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전격 석방 등 사전 신뢰 구축 조치가 먼저 이뤄졌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은 제1,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두 사전 실무협상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자 소셜미디어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해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동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당시 회동이 구체적인 비핵화 협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북-미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대화 재개되도 ‘비핵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 높아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북-러 밀착과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 트럼프 당선인이 움직이지 않고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할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협력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한미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데 치중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직접 대화 재개 등 외교적 접근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인한 공화당 ‘정강·정책’에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됐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팀의 ‘투톱’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모두 북핵 비핵화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21일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협상에 나설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서 직접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경우 한국의 역할이 계속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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