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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PBA1부투어’ 홍종명 “드림투어때 좌절…이 악물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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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시즌 드림투어(2부) 17위로 15위까지 주어진 1부투어 직행티켓을 코앞에서 놓친 홍종명은 스승인 강동궁과 지인들의 격려로 ‘이 악물고’ 이번 선수선발전(큐스쿨)을 준비, 토너먼트(11승2패)와 서바이벌(1-4-4-1-2위)을 거쳐 최종 16위로 당당히 1부투어 선수가됐다. 홍종명이 강동궁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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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근 마무리된 프로당구 PBA 선수선발전을 통해 새 시즌 1부투어에서 활약할 23명이 탄생했다. 이들은 19-20시즌 잔류선수 82명(성적 상위 66명+우선등록 선수 16명), 드림투어 상위 15명과 함께 새 시즌 1부투어에서 뛰게된다. 국내 당구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선발전을 뚫고 당당하게 ‘프로당구 1부투어’ 무대에 오른 주요 선수를 소개한다.

전체 1위로 1부투어 선수가 된 정호석(51), 선발전을 막차(23위)로 통과한 주시윤(41)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은 지난시즌 드림투어 17위로 아쉽게 1부투어 직행에 실패하고 큐스쿨에 재도전, 16위로 1부투어 무대에 오른 '3쿠션 젊은피' 홍종명(27)이다.

[화성=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하이런 2점때문에 드림투어에서 1부투어 직행을 놓쳤죠. ‘나는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1부투어 선수가 돼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홍종명은 지난시즌 PBA드림투어에서 최종 17위(3400포인트)로, 15위(김광진·3550포인트)까지 주어진 ’1부투어 직행‘ 티켓을 코앞에서 놓쳤다.

“마지막 드림투어 8차전 32강(박춘우 이승영 윤계한) 경기서 이승영 선수와 동점(57점)이었는데, 하이런 2점 차이로 3위 탈락(이승영 하이런 7점, 홍종명 5점)했어요. 16강에 진출했다면 15위로 1부투어 선수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1부투어 직행 실패 좌절로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배워온 당구가 제대로 된 당구인지, 정말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슬럼프를 겪었단다. 그러나 스승인 강동궁과 지인들의 격려로 ‘이 악물고’ 이번 선수선발전(큐스쿨)을 준비, 토너먼트(11승2패)와 서바이벌(1-4-4-1-2위)을 거쳐 최종 16위로 당당히 1부투어 선수가됐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강동궁의 연습장 ‘강동궁빌리어드라운지’에서 홍종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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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명은 이번 큐스쿨 일정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무조건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연습시간을 두세 배 늘렸다고 말했다. 홍종명이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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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건 ‘연습’ 뿐이더라고요" 홍종명은 "지난시즌 1부투어직행 좌절 후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던 아픔을 이번 큐스쿨을 통해 이겨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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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큐스쿨 16위로 PBA1부투어 선수가 됐다. 소감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지난 시즌 1부투어를 보면서 늘 ‘저기(1부)서 뛰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1부투어에서 경기 할 수 있을 거다’라고 생각하며 연습했다.

▲지난시즌(19-20) 드림투어 17위로 아쉽게 1부투어 직행 티켓을 놓쳤는데.

=결과만 말하면 ‘하이런 2점’ 때문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드림투어인 8차전(쏘팔코사놀배) 32강에서 2위(이승영)와 57점 동점이었는데, 하이런(이승영 7점, 홍종명 5점)에서 밀려 3위로 탈락했다. 그 경기 끝나고 계산해보니, 만약 내가 16강에 진출했다면 15위로 1부투어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망연자실했다. 자괴감도 들었고. 속이 정말 쓰렸다.

▲당시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다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되더라. 지금까지 저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1부투어 직행에 실패한 후에도 ‘아, 또 여기서 무너졌네. 역시 난 이정도 밖에 안되나’하고 자책했다. 또 ‘내가 해온 당구가 제대로 된 당구가 맞나’ 싶기도 했다.

마침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당구에 대한 의욕도 잃어 한 달 정도 당구를 거의 놓다시피했다. 그때 당구스승인 (강)동궁이 형이 “2부(드림투어) 한번 더 뛰면 어떠냐? 당구 하루 이틀할 것도 아닌데”하시며 격려해주시더라. 지인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다시 한번 해보자’ 마음을 다잡고 큐스쿨을 준비했다.

▲큐스쿨은 어떻게 준비했나.

=큐스쿨 일정 확인하고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연습시간을 두세 배 늘렸다. 저는 다른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준비기간 동안 정말 많이 절제했고, 포기한 것도 많았다. 기본기부터 오로지 당구에만 집중하며 큐스쿨을 준비했다.

▲그만큼 부담감이 컸을텐데, 경기에서 긴장하진 않았나.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평소엔 경기 끝나면 동료들과 이야기도 하는 등 대회장에서 다음 경기를 대기하는데, 이번 큐스쿨때는 철저히 혼자 움직이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경기 끝나면 대회장을 곧바로 나왔고, 차에 와서 명상하거나 조용히 쉬었다. 다음 경기 목표(5이닝동안 집중해서 최대한 득점하기 등)를 그려보기도 하고, 아예 잡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토너먼트 성적이 좋았는데. (홍종명은 큐스쿨 토너먼트에 참가한 200명 중 4위(160점·11승 2패)로 서바이벌에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준비가 경기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토너먼트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서바이벌에서 떨어지면 토너먼트에서 떨어진거나 마찬가지다. 기분은 좋았지만, 너무 동요하면 다음 경기를 그르칠 것 같아 최대한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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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명이 "PBA큐스쿨"서 서바이벌 경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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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때 강동궁의 제자가 됐다는 홍종명은 "앞으로 좋은성적으로 동궁이형께 꼭 보답하고싶다"고 말했다. 강동궁이 홍종명의 자세를 코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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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첫 게임도 PBA서바이벌 최고 하이런을 기록하는 등 순조로웠다.

=당시 기억을 곱씹어봐도 너무 몰입했는지 내가 어떤 공을 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평소대로 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심판의 콜이 ‘22점, 23점’하고 들려왔고, 전반전이 끝날 때쯤이라 테이블 주위에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다른 선수들이 몰려와 지켜보고 있더라. 지켜보는 눈이 많아 그랬는지 그때부터 긴장이 됐다. 결국 27점을 쳤다. 아마 1점제로 따지면 23~24점 정도 친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큐스쿨이지만 27점이 PBA 서바이벌 최고기록이라고 하더라. 나도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이후 서바이벌 2, 3번째 경기에선 4위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앞선 하이런 기록에 너무 취해있었나 보다. 하하. 사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리를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에선 ‘0점 아웃’, 세 번째 경기에선 19점으로 4위를 했다. 그렇게 첫 날 경기를 모두 마무리하니 지난 시즌이 생각나면서 ‘또 이렇게 실패하나’ 싶었다.

▲지난 시즌 좌절이 트라우마로 남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을텐데.

=다행히도 서바이벌 4번째 경기를 1위로 마쳐 희망을 살렸는데, 마지막 경기가 너무 안풀려 힘들었다. 한때 4위로 뒤쳐졌을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힘든 와중에도 그걸 이겨낼 수 있었던 건 큐스쿨 준비과정에서 했던 연습들이다. 힘든 순간에 내가 연습했던 배치가 오더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건 ‘연습’ 뿐이라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느꼈다.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는데 그걸 이겨냈다는 게 뿌듯하다,

(홍종명은 서바이벌 마지막 경기인 5번째 판서 최종 51점으로 김성민(B)과 동점을 기록, 하이런에서 1점(홍종명 6점, 김성민 5점) 앞서 2위(1위 김정호·67점, 4위 한기정·31점)로 배점 35점을 추가, 23위 중 16위로 1부투어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강동궁 선수의 ‘1호 제자’라고 하던데.

=제가 스무살 때 (강)동궁이 형이 수원시체육회 소속이 되면서 알게됐다. 당시 동궁이 형 경기를 보면서 ‘세상에 저렇게 당구를 치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당구를 배우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레슨비를 벌기 위해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러갔는데, 2시간만에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잘렸다. 하하. 이 얘기를 동궁이 형한테 했더니, ‘됐다, 와서 그냥 해라(배워라)’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배우게 됐다.

▲강동궁은 어떤 스승인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내가 평생을 당구 쳐도 저렇게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저희 부모님까지 챙겨주실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다. 앞으로 좋은성적으로 꼭 보답하고싶다. 반면 당구 빼고는 못 하시는게 너무 많다. 하하. 허당끼가 있다고 해야할까. 항상 ‘종명아 이거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보신다.

▲오는 6일 1부투어 개막전이 열린다. 새 시즌 목표와 각오는.

=1부투어에는 저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밖에 없다.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하고 목표는 ‘잔류’다. 두 번 다시 그 힘든 큐스쿨은 하고 싶지 않다. 또 시즌 중 한번은 ‘뱅킹’(세트제 진출) 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개막까지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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