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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한체육회도 최숙현 죽음의 가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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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노기완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최숙현이 소속팀 지도자·스태프·선배로부터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숙현은 사망하기 전 소속팀 지자체 체육회와 대한체육회에 진성서를 제출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대한체육회는 진정서를 받고 두 달이 넘도록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사건을 쉬쉬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처가 최숙현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숙현의 죽음은 7월1일 미래통합당 이용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으로 폭로하기 전까지 고인이 생전 경주시청 직장운동부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로부터 받은 물리적·언어 폭력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이 의원의 폭로가 있은 다음인 1일 “사건 조사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서도 관련자에게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경상북도체육회 등 관계기관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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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사망이 공론화된 후 대한체육회가 이틀 연속 내놓은 공식입장은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지가 없어 권한 행사를 포기한 것이 고인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았다. 2017 전국체전 트라이애슬론 여자부 4위 당시. 고인은 해당 대회 성적으로 2018년도 상반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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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4월8일 신고를 접수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어났다”라며 지적했다. 체육회가 진작 ‘적극적인 수사 협조’와 ‘관련자 및 은폐시도에 대한 엄중 조치’를 했어도 최숙현이 진정서 제출 80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뻔 했다. YTN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최숙현이 사망하기 하루 전인 6월25일 최숙현에게 ‘경주시청 측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라고 통보를 했다. 고인은 다음날 새벽 인생을 포기했다.

대한체육회는 2일 문재인 대통령 지적을 받자 “故 최숙현 선수 사건 가해자는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원회를 통한 중징계로 다시는 스포츠계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최숙현이 생전 당한 인권 유린에 대해 ‘어떻게 해줄 수 없다’라는 냉담한 답변을 전한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에 대한체육회에 새로운 권한과 능력이 생겼을까? 아니다. 단지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성)폭력에 대하여 자격정지나 제명 등 강력한 선제적 처벌을 내리겠다. 소속팀에도 우선적인 징계를 촉구할 것이다. 다툼의 여지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합당하고 신속한 조처를 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에는 하지 않았다는 말밖엔 안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8월5일부터 시행되는 국민체육진흥법을 근거로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시행에 앞서 지난 2월4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조문이 공포됐다. 제18조의3·4를 보면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 신고접수 및 조사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상담, 심리, 법률 직접지원 및 관계기관 연계) ▲스포츠 비리 및 인권침해 실태조사 ▲예방교육·홍보 ▲ 수사기관 고발 ▲징계요구 및 자격취소 요청 등 기능과 권한을 가진다.

이용 국회의원은 2일 “시행 예정인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는 피해사건 신속처리, 가해자와 격리, 피해자 임시보호 및 불이익 금지 등에 대한 근거가 미비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1, 2일 내놓은 공식입장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설 것도 없이 체육회 차원에서도 ‘신속 수사 협조’ ‘은폐시도 견제’ ‘선제적 중징계’ ‘피해자 보호’ 등이 가능하다.

최숙현은 신고 80일 만에 ‘해줄 수 있는게 없다’라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답변을 받자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한 공론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린듯하다.

고인의 비극은 제도와 법률의 미비 때문이 아니다. 연이틀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공식입장은 직무유기가 핵심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는 최숙현이 인권 유린 끝에 세상을 등질때까지 산하단체 감독권을 행사할 의지가 없었다. 대한철인3종협회와 경상북도체육회를 탓하기 앞서 자신들도 가해자임을 인정해야 진정한 반성과 재발방지가 가능할 것이다. dan0925@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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