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가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전 7회말 무사 1,2루에서 장필준을 상대로 우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야구천재’ 이정후(22·키움)가 자신의 커리어에 만화 같은 이야기를 또 하나 추가했다.
2020년 7월 8일은 이정후에게 특별한 날로 남을 듯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프로 생활 처음으로 4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타석을 리드오프로 나섰던 이정후는 올해 3번 자리에서 고정 출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타순을 하나 더 내려서 클린업의 역할을 맡았다. 이틀 연달아 ‘불펜데이’를 치르는 키움이 수비 위주의 파격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부동의 4번타자 박병호에게 휴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4번 자리가 처음은 아니었다. 휘문고 재학 시절 줄곧 도맡았던 역할이다. 경기 전 키움 손혁 감독은 “올해는 장타력도 많이 좋아졌다. 우리 팀에서 서건창과 함께 가장 좋은 클러치 능력을 가진 선수 중 하나”라며 “이정후를 만나 ‘프로에서 4번으로 나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 땐 쭉 4번에서 쳤다’고 하더라. 오늘도 4번에서 기분 좋게 잘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정후가 4번 타자로 쓴 첫 성적표는 사령탑의 기대 이상이었다. 4번타자 데뷔전에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내는 ‘만찢남’ 활약으로 경기 수훈선수(MVP)로 선정됐다. 과정도 극적이었다. 초반부터 불펜진이 상대 거포에 홈런을 연달아 내줘 5회까지 0-6으로 뒤졌던 경기였지만, 대타 투입된 박병호가 두 번째 타석이었던 5회 3점 홈런을 터뜨렸다. 7회 서건창의 적시타로 2점 차까지 좁힌 상황, 이정후는 불펜 장필준의 슬라이더를 퍼올리며 기어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기어이 역전을 만들어낸 결승타였다.
키움 이정후가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전 7회말 무사 1,2루에서 장필준을 상대로 우월 역전 3점포를 터뜨린 후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는 “우리 팀은 라인업이 메신저를 통해 공지된다. 다른 선배들은 경기를 집중해서 진지하게 준비하는데 선발에서 빠진 (김)하성이 형만 ‘오, 4번’이라고 장난을 치더라. 감독님은 연습할 때 ‘화이팅’ 한 마디 해주셨다”며 웃었다. 이어 “박병호 선배님의 홈런이 나와서 우리가 따라갈 수 있었다. 투수 형들도 요즘 힘든 경기가 많았는데 잘 막아줘서 타자들이 역전할 수 있게 해줬다. 투타 팀플레이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자신의 홈런에 대해선 “사실 이전 타석까지 별다른 찬스가 안 왔는데 중요한 상황에서 마침 나가게 돼서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답한 뒤 “사실 6점 차를 뒤집어서 이겼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내일 우리 팀 에이스 요키시가 나오는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준비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다시 동료와 기쁨을 나눴다. 이정후는 “다시 본분으로 돌아가서 나 할 것만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4번 후일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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