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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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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체벌…20년 공든탑 무너진 ‘클린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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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스 이미지·성적 추락

구단, 사실 알고도 은폐 드러나

우승 후보서 9위로, 감독도 병환

시즌내 분위기 반전 힘들 듯

중앙일보

순위는 9위로 처졌고, ‘클린 SK’ 명성에는 흠집이 났다. 염경엽 감독마저 자리를 비운 SK 더그아웃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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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clean·깨끗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앞에 붙는 수식어다. 2000년 창단한 SK가 특별하게 여겼던 게 ‘클린 베이스볼’의 가치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기업 기조와 맞닿아 있다.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구단 안팎으로 끊임없이 노력했다. 음주운전, 도박, 인종차별, 성 문제 등을 절대 하면 안 되는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선수단 일탈 방지 교육도 매달 했다.

프로야구를 강타한 사건·사고 때마다 여러 구단이 의심받았지만, SK는 열외였다. 2018년 넥센 히어로즈(현재 키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SK만 무관했다. 야구팬 사이에서 ‘클린 SK’의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 덕분인지 SK는 야구계를 놀라게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

SK 선수단의 첫 음주운전 사례는 지난해 내야수 강승호였다. 대응 방식도 강력했다.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손차훈 SK 단장은 “팬들이 SK를 ‘클린 구단’으로 불러주는데, 그걸 지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전급 선수를 전력에서 제외하는 초강수 징계 덕분에 사고 후에도 되레 ‘역시 클린 SK’라는 칭찬을 받았다.

20년 쌓아온 공든 탑이 올해 와르르 무너졌다. SK 퓨처스(2군) 선수단에서 5월 무면허 음주운전과 선수 간 체벌이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인급 선수 몇 명이 팀 내 규정을 어기고 술을 마신 뒤 숙소에 늦게 복귀했다. 그 과정에서 한 선수가 운전면허도 없이 음주 상태로 차를 운전했다. 일부 고참 선수가 잘못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선수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심각한 건 SK 구단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은폐하려고 했던 점이다. SK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벌금과 주의 등의 내부 징계를 내렸다. 이런 사실이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SK는 14일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무면허 음주운전과 선수 간 체벌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올해 SK는 갖가지 악재가 쏟아졌다. 우승 후보로 꼽혔는데, 시즌 초반 최하위로 떨어졌다. 그 뒤로 계속 9위에 머물러 있다. 주전 포수 이재원, 마무리 투수 하재훈, 불펜 김택형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닉 킹엄(미국)은 팔꿈치 통증으로 결국 퇴출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왔다. 그런데 입국 후 메디컬 테스트 결과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고, 돌려보냈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타자를 물색 중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졌다. 현재 치료받는 중이어서 감독 자리는 공석이다. 악재 수습에 앞장설 수장이 없는 셈이다.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직전 박경완 감독 대행은 2군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만 반복했다. 성적도, 이미지도 바닥에 떨어진 SK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적어도 올 시즌 내에 반전 드라마를 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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