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선수 지시로 후배 폭행한 선수 "정말 부끄럽다"
발언하는 고 최숙현 선수 동료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류미나 기자 = 장 모 선수는 한국 트라이애슬론 일인자에서 '가해 혐의자'로 추락했다.
한국 최초로 아시안게임에서 트라이애슬론 종목 메달을 따고, 오랫동안 국내 1위를 지킨 '권위'로 가렸던 장 선수의 민낯이 후배들의 증언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선수들은 장 모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뛸 때 당했던 피해를 증언했다.
장 모 선수는 직접 후배들을 폭행, 폭언한 것은 물론이고 후배에게 다른 후배의 폭행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 용기를 내 장 선수와 김규봉 감독을 고소한 A 선수는 "2016년 5월에 보강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 숙소로 불려갔다. 장 선배가 다른 선배에게 '쟤는 맞아야겠다'라고 했다"며 "지시를 받은 남자 선배가 각목으로 엉덩이를 10대 때렸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장 모 선배의 지시로 A 선수를 폭행한 선수도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의 질의에 "장 선배의 지시로 A 선수를 때렸다. 기억한다"며 "만약 장 선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나도 따돌림을 당하고,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적 고통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선수의 지시를 따라 폭행한 선수는 "정말 반성하고 있다. 그런 선배를 믿고 따른 게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발언하는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 |
장 선수와 김규봉 감독을 고소한 B 선수는 "장 선배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후배를 폭행했다. 후배들은 이유도 모르고 선배에게 '죄송하다'라고 했다. 경주시청은 장 선배의 주도로 움직이는 팀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B 선수는 "가해자들은 매일 폭력을 행사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가 남는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도 장 선수가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꾸준하게 나왔다. 이용 의원과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수집한 증언에서 "경주시청은 김규봉 감독과 장 선배의 왕국"이라고 말한 피해자도 있었다.
미래통합당 '고 최숙현법' 발의 |
하지만 장 선수는 이달 5일 경주시체육회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를 유일한 가해자로 지목하며, "(김규봉 감독과 내가) 최대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장 선수의 모습에 피해자들은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장 선수의 지시를 받아 가혹행위를 한 선수는 "장 선수의 태도는 정말 어이가 없다"고 했다.
B 선수는 "지금도 장 선수가 꿈에 나오는 악몽을 꾼다. 지금이라도 장 선수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엄중하게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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