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첫 브리핑에서 원창호 심판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박준범 기자 |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겉으로는 소통인데 내부적으로는 불통인 모양새다.
K리그는 최근 심판 판정을 두고 매 라운드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느 리그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거나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심판 판정은 논란거리가 된다. 그런데 최근 K리그에서 벌어지는 판정 이슈는 강도가 센 편이다. 그렇다고 K리그가 다른 리그보다 판정 기준 자체가 모호하거나 심판 자질이 크게 떨어져서 발생하는 상황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수 축구인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두고 소통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 브리핑을 지적하고 있다.
올시즌부터 K리그 심판 운영을 전담하는 KFA는 공정한 판정을 약속하면서 판정 논란이 발생하면 심판위가 브리핑에 나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단, 기준도 명확하게 했다.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된 판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시행 전부터 KFA 내부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브리핑을 두고 심판위에서 직접 하느냐, 아니면 홍보실에서 하느냐를 두고도 얘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판정 논란을 주제로 미디어 앞에서 브리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따른다. 일종의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하는 것을 두고 누가 총대를 멜 것이냐는 얘기였다. 결국 심판위가 브리핑을 책임지기로 했다.
문제는 미디어나 대중과 소통에 능통한 홍보실과 다르게 심판위가 브리핑을 주도하다 보니 적지 않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시즌 초반 일부 경기에서 판정 논란이 나왔지만 심판위는 약속한 브리핑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브리핑을 열 만한 사안’이냐를 두고 견해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브리핑을 연 건 지난 13일 수원-포항전 김민우(수원)의 골 취소 논란이다. 모두가 오심이라고 여겼지만 심판위는 정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자리엔 수원 관계자도 참석하면서 험한 말이 오갔다. 이를 두고 복수의 축구인과 한 전직 심판은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 논란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다. 정심이라고 판단했으면 심판위에서 그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여러 말이 나올 순 있지만 그것을 굳이 브리핑을 열고, 그것도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구단 관계자까지 출입시켜서 분위기를 험하게 한 모양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1일 두 번째 브리핑 때 강치돈 강사가 오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
두번째 브리핑이 열린 지난 21일엔 주제가 달랐다. 앞서 열린 K리그2 전남-부천전에서 하승운(전남)의 돌파 과정에서 나온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과 K리그1 수원-성남전에서 이스칸데로프(성남)의 골 취소 판정이 다뤄졌는데 모두 오심으로 바로잡았다. 그런데 ‘정심 브리핑’을 했을 때 마이크를 잡았던 심판위원장은 ‘오심 브리핑’을 하는 이 날엔 참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심판위원장은 브리핑 전날까지 성남 측에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오심이 된 건 성남 이스칸데로프가 골을 넣었을 때로, 득점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김현성의 머리에 공이 맞았다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현장에서 비디오 판독(VAR)까지 거쳤다. 심판위원장은 경기 다음 날 성남 관계자에게 “공이 (김현성 머리에) 맞은 것을 봤다”면서 정심을 주장했다. 성남은 오심을 입증할 만한 영상 자료를 심판위원장에게 모바일 메시지로 전달했다. 그런데 심판위원장은 답장이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판위 차원에서 결국 오심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문제 의식을 품고 관련 보도를 내놨다. 그런데 이를 두고 KFA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 당일 현장을 찾은 성남 관계자에게 “우리와 소통을 더 해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토록 소통을 외쳐댄 KFA가 판정 관련 보도가 나갔다고 구단에 원망하듯 항의하는 것 자체에 여러 축구인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좋게 보이려다가 우스운 꼴이 되는 게 현재 KFA 심판위 브리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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