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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키움, 희생번트가 많아졌다... '스몰 야구'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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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키움 김웅빈이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전에서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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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한화의 경기. 양 팀 선발은 제이크 브리검(키움)과 박주홍(한화). 이날 경기 전까지 박주홍은 불펜으로 승ㆍ패 없이 3차례 등판했을 뿐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다. 평균자책점은 6.75. 좋은 화력을 갖춘 키움 타선이었기에 특별한 작전 없이 박주홍과 투타 정면 대결을 벌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의외의 장면이 나왔다. 1-1로 맞선 4회 선두타자 에디슨 러셀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5번 김웅빈이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4-3으로 앞선 8회말 공격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 러셀이 안타로 출루하자 김웅빈이 다시 번트를 댔다. 이어 내야 안타와 도루가 나와 1사 2ㆍ3루. 그러자 또 이지영이 스퀴즈 번트를 댔고 타구가 투수 앞으로 향하면서 3루 주자 러셀이 홈에서 아웃 됐다. 후속 김혜성이 2사 1ㆍ3루에서 장타(3루타)로 2타점을 추가했지만 자칫 경기 흐름을 내줄 뻔했다.

키움의 희생번트가 올 시즌 부쩍 늘어났다.

13일 현재 키움은 무려 56번의 희생번트를 시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적은 두산(29회)보다 거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번트 성공률은 48.2%로 리그 최하위다.

늘어난 희생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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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그간 ‘화끈한 타격의 팀’으로 이미지를 굳혔기에 올해처럼 많아진 희생 번트 수치는 팬들에게 다소 생소하다. 실제로 키움은 최근 5년간 희생번트를 잘 시도하지도 않았고 성공률도 높지 않았다. 2019년 36개(7위)로 성공률 6위(50%)에 그쳤고 2018년엔 32개(9위)에 46.4%(9위)였다. 2017년엔 21개(10위)였는데 당시 이 부문 9위 두산(48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6년과 2015년에도 모두 리그에서 가장 적은 희생번트를 댔다.

희생번트 작전에는 병살타 확률을 줄이고 득점권에서 착실히 점수를 쌓자는 ‘스몰 야구’의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치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 시즌 키움의 병살타율은 9.3%(718번의 상황 중 67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세 번째로 적다. 상황에 따라 희생 번트는 분명 필요하지만 ‘키움에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엔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오긴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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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지영이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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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손혁 키움 감독은 “앞선 채 경기 상황을 주도하는 게 맞는다”라는 입장이다. 실제 키움은 득점권 타율 0.294(4위)로 상위권이다. 또 이영준, 안우진, 조상우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도 박빙 승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에 1점의 가치가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작전엔 결과론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희생번트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할 순 없다. 다만 경기 초반, 혹은 평균자책점이 높거나 제구력이 흔들리는 투수를 상대로도 계속 희생번트가 나온다면 키움의 달라진 득점 과정에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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