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스타 송유진-전재익, 동료 진정으로 징계
평창 은메달리스트 팀킴도 탄원서 제출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경북체육회B 소속 전재익(왼쪽)과 송유진이 경기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브룸과 스톤을 쥔 채 미소 짓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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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Team Kim) 등 한국 컬링 산실로 명성이 높은 경북체육회 컬링팀이 또 한번 내분에 휩싸였다. 팀킴이 지난 2018년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그의 딸 김민정 경북체육회 여자팀 감독 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코치 직권 남용 때문에 전국동계체전 못 나가"
한국 믹스더블(혼성 2인조) 샛별로 떠오른 송유진(21), 전재익(22·이상 경북체육회)은 지난달 10일 대한컬링경기연맹으로부터 ‘견책(주의 수준)’ 징계를 받았다. 송유진은 여자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조이를 닮은 외모 덕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한 깜짝 스타다. 외모 뿐 아니라 둘은 지난 코리아컬링리그 믹스더블 정규리그 부문에서 초대 우승팀이 되는 등 실력까지 겸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징계 대상자는 송유진, 전재익 뿐 만 아니라 경북체육회 남녀 컬링팀 임명섭 코치(자격 정지 1년), 믹스더블 안재성 코치(견책), 믹스더블 성유진 선수(견책) 등 총 5명이다.
징계는 같은 팀 동료인 장혜지의 진정(陳情)에서 비롯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믹스더블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장혜지는 현재 성유진과 함께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A팀으로 활동 중이다. 송유진, 전재익은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B팀이다.
왜 장혜지는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것일까. 장혜지는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A팀이 임명섭 코치의 부당한 지시로 지난 2월 전국동계체전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지난 7월 14일 연맹에 제기했다. 당시 동계체전엔 송유진, 전재익의 B팀이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혜지는 팀 내 자체 선발전 없이 임 코치가 직권을 남용하면서 B팀이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팀 자체 선발전은 없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달 1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장혜지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임명섭 코치는 직권 남용 혐의가 인정돼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안재성 코치는 지난 8월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정식 코치로 부임한 점이 인정돼 견책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연맹은 본래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송유진, 전재익, 성유진 선수에게도 징계 처분을 내렸다. 임 코치의 직권 남용에 의한 업무방해 공모(합의)가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선수들 “모두 합의했다” 반박...팀킴은 탄원서 제출
반면 장혜지 선수 1명을 제외한 경북체육회 컬링팀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장혜지 선수도 함께 수 차례 합의했던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연맹의 징계 결정 후 대한체육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장혜지와 함께 A팀에서 뛰고 있는 성유진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탄원서에서 “장혜지 선수 역시 반대하거나 그런 부분들이 전혀 없었고, 추후에 같은 팀인 저에게 체전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꺼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임 코치가) 2020년 전국체전 출전을 B팀이 하는게 어떻겠냐고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 이야기를 하였고, 그 당시 모두 동의를 했다. 강압적인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6월에 중국 투어 대회가 있었지만 두 팀 중 한 팀만 나갈 수 있어 A팀만 출전하게 되었다"며 임 코치가 B팀만 편애한 적은 없었다는 근거를 들었다.
임 코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대회에 참가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며 “당시 국가대표였던 경북체육회 A팀은 자동적으로 다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B팀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다 같이 모여 상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장혜지의 A팀은 경북체육회 자체 선발전으로 B팀을 누르고 2월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했고, 덕분에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임 코치는 “당시 B팀은 A팀이 최종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도록 훈련 파트너가 됐다. A팀, B팀이 함께 노력한 결과인데 이번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전 컬링 여자국가대표 ‘팀 킴’ 김경애(왼쪽부터),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부부의 폭언·훈련비 착복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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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킴도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팀킴은 “저희 팀도 실제로 국가대표 선발전 포인트를 위해 국내대회 출전 여부를 논의를 통해 결정한 예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북체육회에 믹스더블팀이 두 팀이 있는 상황에서 임명섭 코치님은 두팀 모두를 책임지고 관리하시어 두팀 모두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특정한 팀을 편애하는 것이 아닌 두 팀 모두가 서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팀킴은 “장혜지 선수는 팀킴 사태 이후 저희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려 했고, 김경두 일가에 피의자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등 경북체육회컬링팀 선수 중 유일하게 김경두 일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고 했다.
특히 임 코치는 이번 연맹의 징계에 선수들까지 휘말린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임 코치는 “증인이 되어준 선수들까지 공모 혐의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국 컬링을 이끌 재목들이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연맹 처분에 불복한 임 코치, 송유진, 전재익, 성유진 등 4명은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재심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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