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기자의 눈] 최자가 설리에게 가해자? '다큐플렉스' 자극적 편집 불편했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설리(왼쪽)와 최자 © 뉴스1 / 권현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길혜성 기자 =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플렉스'는 지난 10일 오후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을 방송했다. 지난해 10월, 만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팬들과 동료들을 큰 슬픔에 젖게 한 설리의 생애 및 친어머니와 티파니 영 등 측근들의 인터뷰 등을 담았다. 1994년생인 설리가 우리나이로 12세이던 2005년, SBS '서동요'에 아역 배우로 캐스팅될 때의 이야기, SM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뒤 2009년 걸그룹 f(x)로 멤버로 발탁되는 에피소드 등도 소개됐다. 물론 생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했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악플을 받았던 이야기도 다시 한번 공개됐다.

'다큐플렉스'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설리의 인생을 감성적 터치로 잘 그려냈다. 하지만 설리의 전 연인인 래퍼 최자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분명 자극적이었다. 제작진은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최자를 마치 설리와 관련해 '가해자'처럼 보이게까지 했다.

'다큐플렉스'의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에서 최자에 대한 이야기는 14분15초께부터 22분까지, 약 7분45초에 걸쳐 나왔다. 총 51분 분량이었던 이 방송에서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2013년 9월, 최초 열애설 보도' '2014년 6월, 분실된 최자의 지갑 속 사진으로 2차 열애설' '2014년 8월, 세 번째 열애설 드디어 양측 인정'이란 문구를 띄우며 어머니의 인터뷰는 내보냈다. 설리 어머니 "저는 안믿었다"라며 "바로 전화해서 설리한테 물었더니 '응 엄마 사실이야'라고 이야기 하더라"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설리가 최자와 찍은 사진들도 내보냈고, 이 열애설 때문에 생긴 악플들을 화면에 올렸다. 제작진은 한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에게는 '최자'의 활동명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설리가 최자와 사귀며 악플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설명하려 한 배경 중 하나였을 수 있다. 하지만 최자의 활동명의 의미를 굳이 묻지 않아도, '14세 나이차' 등 설리와 최자 열애를 향한 향한 악플 이유는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 최자의 활동명 배경을 거론한 것은 분명 자극적이었다.

이후 제작진은 설리 어머니의 인터뷰를 다시 내보냈다.

"나이차가 많은 남자친구가 나타났던 것은 갑자기 계단을 너무 많이 상승한 거예요. 노는 문화, 술문화, 음식문화, 대화의 패턴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거기서 중간 과정이 없죠. 자기가 만난 남자친구를 제가 허락을 안하니까 화가 많이 났던 거죠. '엄마가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못 받아들이지'라며 그때 많이 서운해 하더라고요. 화도 많이 내고 서운해 하고요."

제작진은 또 '연애와 함께 엄마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설리'란 자막을 띄운 뒤 어머니의 인터뷰를 재차 방송했다.

"자기는 (그동안) 고생을 한 것 같고 이만저만하게 돈을 벌었으니 그게 얼만지 다 까발리라 하더라고요. 다음 정산부터는 내역서를 쓰고 돈을 타써야 한다고. 그때 (우리 사이가) 바로 끝난 거예요. 나도 되게 성격이 불같아요. 오늘부로 우리가 모든 것을 정리하자, (그때부터) 연락은 간간이 하지만 얼굴 보는 것은 거의 단절된 상태로 들어갔죠."

이후 최자의 랩이 나오고 2016년 11월 기사가 화면에 오르며, 어머니가 설리가 손목을 그었다는 내용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는 "아마 (설리와 최자) 둘 사이에선 그게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직후 방송에서는 2017년 3월, 설리와 촤자의 공식 이별 소식을 담은 기사가 화면에 올랐다.

그 뒤 방송에서는 설리가 생전 한 방송과 영상 인터뷰를 했던 장면이 등장했다.

"사람한테도 상처받고 하다 보니까 그때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것 같아요. 이제 가까웠던 사람들, 주변 사람들조차도 떠났던 경우도 있었죠. 그사람들도 나약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사람들 또한 자기들을 지키기 급급했을 것 아닌가요. 그래서 도와달라고 손을 뻗기도 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잡아주지 않았어요, 제손을. 그래서 그때 무너져 내렸죠. 말할 곳이 없으니까요."

설리는 자신을 떠난 사람들을 '들'이라고 복수로 표현했다. 물론 복수의 사람들 중엔 전 연인이었던 최자가 포함될 수 있지만, 설리는 최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큐플렉스' 제작진은 최자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면서, 설리의 해당 인터뷰를 내보냈다. 시청자들이 설리가 최자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편집을 한 셈이다.

제작진이 설리와 최자의 열애를 다뤘던 부분에서 설리 어머니가 자신과 설리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말한 인터뷰를 넣을 것도, 최자를 '모녀 사이를 멀어지게 한 장본인'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었다.

'다큐플렉스' 제작진은 여러 부분에서 최자를 설리에 대한 가해차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최자 본인 및 최자 측 입장을 직접 담지 않았다. 최자가 과거 방송에서 했던 말들만 따와 방송했을 뿐이다. 설령 최자 측이 응하지 않았더라도, 이전 방송 내용만 넣을 것이 아니라 '최자 측은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란 문구라도 삽입해야 했다. 그랬다면 방송이 더욱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최자와 설리는 연인 관계를 끝낸 이후에도, 인간적으로 끈끈한 사이를 유지했다.

설리는 최자와 헤어진 이후 다른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이 남자친구와 사이에 대한 고민을 최자에게 상담하기까지 했다. 또한 최자는 일부 누리꾼들이 극단적 악플을 보낸 상황에서도 설리의 빈소를 직접 찾아 위로했다.

이런 최자가 과연 설리에게 가해자일까. 오히려 설리가 끝까지 의지한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최자를 가해자차럼 보이게 한 '다큐플렉스'의 자극적 편집은, 좋았던 프로그램이 화룡점정하지 못한 '단점'이었다. '다큐플렉스' 제작진은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이 화제가 되고 자체 최고 시청률이 나와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최자에겐 분명 '가해'를 가한 것일 수도 있다.
comet@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