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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GS칼텍스 강소휘 “미친개 작전에 딱 맞는 ‘돌아이’라고요? 김연경 언니처럼만 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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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꺾은 돌풍의 주역…‘근성’으로 기싸움서 승리 이끌어

김연경이 지나가며 했던 “소휘 축하한다”는 말에 큰 울림 받아

시즌 우승·MVP 목표…“배구 잘해 돈 많이 벌고 싶다” 욕심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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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MVP를 차지한 GS칼텍스 레프트 강소휘가 지난 17일 경기 가평 체육관에서 인터뷰 뒤 코트에 누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평 |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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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GS칼텍스의 레프트 강소휘(23)의 별명은 ‘돌아이’다. 코트를 쉼없이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강서브와 강스파이크를 꽂는 모습은, 차상현 감독이 올 시즌 표방한 정신없이 뛰는 ‘미친개 작전’과 가장 부합한다. 실제 성격도 가식이 없고 거침이 없다.

강소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에서도 큰 재미 중 하나인 ‘언더독의 반란’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제천에서 막을 내린 KOVO컵대회에서 강소휘가 속한 GS칼텍스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으로 통했던 최강 흥국생명을 눌렀다.

그것도 세트스코어 3-0, 완승이었다. 5일 열린 결승전에서 강소휘는 48.15%의 고감도 공격성공률로 상대의 허점을 찌르면서 2·3세트의 마무리를 직접 해내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우승의 포효와 MVP까지 강소휘 몫이 됐다.

강소휘는 “컵대회 전 흥국생명과 연습경기를 할 때면 한 세트에 20점도 힘들게 따냈는데, 그날만큼은 흥국생명의 실수가 많았다”며 “‘미친개 작전’으로 부른 돌진은 역시 단기전에만 통할 것 같다. 그 기세를 리그에서 유지하려면 더 많은 훈련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복기했다.

그래도 컵대회 우승은 분명 좋은 징조임이 분명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청평호가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최신식 훈련장을 짓는 등 투자를 통해 호성적을 냈지만 결국 현대건설에 막판 승점 1점이 뒤졌다. 이후 코로나19로 시즌이 갑자기 종료되는 바람에 당시 순위 2위가 최종 성적표가 돼버렸다.

강소휘는 “항상 대회 우승을 하면 눈물이 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안 났다”며 “아무래도 정규시즌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꼭 올 시즌 우승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KOVO컵에서 흥국생명을 꺾은 것은 사기 진작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콤비에 ‘배구여제’ 김연경(32)까지 가세한 흥국생명이 그대로 머물러 있을 리 없다. GS칼텍스는 정규시즌에 절치부심하고 나올 흥국생명과 다시 싸워야 한다. “피 튀기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강소휘는 “흥국생명이 더 무서워질 것 같지만 우리도 지긴 싫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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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흥국생명과의 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의 우상 김연경 때문이다. 강소휘는 안산서초등학교에 다니던 2009년 김연경이 제정한 ‘김연경-일주 유소녀 배구 장학생’으로 뽑혔다. 이후 수원에 살다 김연경의 출신 학교라는 이유로 안산 원곡중으로 옮겨 배구를 계속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가 돼 우상을 처음 만났지만 이렇게 같은 리그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강소휘는 MVP 수상보다 김연경이 지나가며 했던 “소휘 축하한다”는 말에 더 큰 울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소휘는 “언니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데, 랠리 순간에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며 “해결능력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배워야 한다. 언니 이후 국가대표 레프트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확률은 반반이지만”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또래들처럼 그도 맘껏 꾸미고 나서는 외출이 좋고, K팝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의 영상통화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그들의 CD 14장을 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우 김우빈과 정일우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소녀의 느낌이 남아 있다.

넉넉한 형편에서 자라지 못한 강소휘는 한편으로 현실적으로 프로선수로서 성공하고 싶은 강렬한 의지도 숨기지 않는다. “배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올해 두 배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라운드 MVP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챔프전 MVP와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목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목표는 하나 더 있다. 강소휘는 “언젠가 정규시즌을 꼭 우승해 연경 언니로부터 제대로 한번 칭찬받고 싶다. 그리고 언니랑 함께 도쿄 올림픽에도 나가야 한다”며 눈을 빛냈다. 동료 러츠도 뜻을 아는 ‘돌아이’가 별명인 강소휘, 그 ‘미친개’의 근성은 올 시즌 코트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다.

강소휘

■포지션=레프트

■생년월일=1997년 7월18일

■신장/체중=180㎝/65㎏

■학력=안산서초-원곡중-원곡고

■프로입단=2015~201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GS칼텍스)

■주요 수상내역=2015~2016 V리그 신인선수상, 2019~2020 V리그 베스트7, 2020 KOVO컵 MVP


가평 |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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