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김정준의 야구수다]흔들리는 LG 불펜, 포수 움직임이 불안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LG 유강남(왼쪽)이 24일 창원 NC전 7회 위기에서 흔들리는 불펜 투수 이정용을 격려하고 있다. 창원=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최성훈이 아니라 진해수를 먼저 올렸다면…” 지난 15일 LG-한화전, LG 벤치가 투수교체 실수를 한다. 5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7월 승부처부터 8월 상승세를 견인했던 불펜진에 금이 간 시발점이었다.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5승 5패, 나쁘지 않다. 하지만 5패 중 4패는 불펜진이 무너졌다. 15일 한화전 6회초 5-0, 18일 롯데전 7회초 3-1, 20일 두산전 8말 5-2, 24일 NC전 7회말 7-1 리드를 불펜진이 지키지 못하고 모두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뼈 아팠던 경기는 선두 재도전 가능성을 다시 한번 열 수 있었던 NC와 경기였다. 다음날 두 번째 경기에서 그 충격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기 중 결정과 결단은 내리는) 벤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수비의 실책이 시발점이 된다. 부상 또는 체력 저하 등 불펜진 컨디션이 좋지 않다. 배터리 특히 포수의 게임 운영 플랜(계획)이 좋지 않다.’

시즌 중 불펜진이 무너지는 주요 이유다. 이것들은 각각 하나로 그치지 않고 다 이어져 있어 무너질 때 모든 게 연쇄적으로 반응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최근 LG 불펜진의 붕괴는 앞서 나열한 이유가 순서대로,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이 중 마지막으로 언급한 ‘배터리 특히 포수의 게임 운영 플랜’에 대해서는 조금 짚고 넘어가려 한다. 이제는 모든 팀 그리고 모든 배터리가 경기 전 전력분석 미팅을 한다. 상대 타자와 타선의 공략법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게임 플랜을 세우고 경기에 들어온다는 의미다.

9이닝 경기 야구는 시작 부분인 1회 상대 중심타자를 계획대로 잘 막았어도, 9회 얻어맞아서 진다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 게 된다. 최근 LG 배터리의 나쁜 흐름이 정확히 이런 경향을 보인다. 예로 24일 NC전 7-1로 앞선 7회말 1사 1ㆍ2루 상황, 이정용과 유강남 배터리는 NC 양의지에게 2B-2S에서 포크볼을 던지다 3점 홈런을 맞는다. 이어 박석민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다. 경기를 돌아보면 8회 역전을 당했지만 결국 7회 허용한 두 개의 홈런이 가장 무거운 실점이었다.

7회말이면 경기 종료까지 남은 이닝 3개, 아웃 카운트는 9개다. 신중해야 할 시기다. ‘신중하게’라는 의미가 모호하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면 불필요한 주자를 모으거나, 장타를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한국일보

20일 잠실 LG-두산전에서 8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한 LG 투수 고우석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수 유강남은 6회부터 올라온 이정용에게 줄곧 장타의 위험이 적은 바깥쪽 중심으로 리드했다. 단 한 번도 몸쪽 코스로 타자의 노림수를 견제하지 않았다. 6회는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7회말 상위 타선이 들어왔고, 결국 2S 이후 통하지 않았다. NC 테이블 세터인 이명기와 권희동 모두 마지막 승부구를 안타로 만들어낸다. 중심타선 앞에 주자가 모였다. 주자가 모이고, 장타 또한 맞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1사 후 양의지 타석, 앞선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5개 공 모두 바깥쪽이었고 변화구가 중심이었다. 양의지는 앞선 타석 1사 만루 절대 기회에서 LG 선발 이민호의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다. 다시 한번 득점 기회를 두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절대 버릴 수 없는 기억이다.

실제 1B-1S, 다소 몸쪽으로 휘어져 한가운데 몰린 속구에 양의지의 타이밍이 늦었다. 만약 노리고 있었다면 5구까지 가기 이전에 이미 장타를 허용했을 실투였다. 그러나 포수 유강남은 느끼지 못했다. 아니 타자의 반응으로 확신이 있었어도, 바꿀 배짱과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승부구는 바깥쪽 속구를 하나 더 중간에 끼어 넣은 뒤 같은 코스에 포크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양의지의 스윙이 늦지 않았고, 놓치지도 않았다.

큰 경기에서는 빨리 결단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그게 이기는 방법이다. 레전드 포수 박경완이 큰 경기를 앞두고 늘 했던 말이다. 모두가 위를 향한 욕심이 나는 시기다. 먼저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 LG의 상황이라면 경기 후반 아웃 카운트 하나가 몸 속에서 썩은 침을 솟아오르게 할 정도일 것이다.

배짱과 용기는 준비의 치밀함에 기반한다. 포수는 하루 3번의 경기를 하라고까지 이야기한다. LG는 경기 전 게임 운영 계획을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최근 LG 타선은 힘이 있다. 매 경기 6득점 정도를 얻어준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경기 초반 운영 계획에 어려운 경기 후반을 위해 미리 포석을 깔아두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 후반 몸쪽 공을 쓰기가 어렵고 부담스러우니 경기 초반에 상대에게 강하게 의식시켜 두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리 경기 후반 불펜진이 게임에서 쓸 공간을 비워 두는 거다. 경기 후반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양의지 타석들이 바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요즘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유강남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불안하다. 보는 이가 이렇게 불안하니 던지는 투수들은 얼마나 더 불안할까 싶다. 포수의 자리와 역할은 투수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크게 돕는 것이다. 투수가 던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미트로 타켓을 대주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을 주는 거다. 큰 위기일수록 아주 작은 거 하나가 결국 승부를 가른다. 지금껏 잘해왔다. 하지만 좀 더 치밀해졌으면 좋겠다. LG의 우승 도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한국일보

SBS스포츠 해설위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