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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힘내라 대한민국! 달려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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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국토종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

지난 8일 백록담 출발~새달 11일 판문점

“뇌경색 마비 치유 위한 재활의 주행중”


한겨레

나홀로 국토종단 달리기에 나선 마라토너 강명구씨가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를 지나고 있다. 사진 홍양현씨 제공


그가 또 달리고 있다. 등반가들에게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이 우문이지만, 그에게는 달리는 이유가 뚜렷하다. “힘내라 대한민국! 달려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지난 15일 전남 나주를 통과하는 길에 만난 평화마라토너 강명구(63)씨의 얘기다.

“애초 지난 5월 초에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주최로 제주도에서 판문점까지 국토종단 행사를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탓에 취소됐어요. 그 와중에 가벼운 뇌경색이 와서 한달 가까이 입원을 했지요. 그래서 재활을 위해서라도 다시 뛰기로 결심했어요.”

지난 8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고사를 지내고 출발한 그는 배를 타고 제주에서 전남 완도로 건너온 뒤 11일 진도 팽목항에서 ‘나홀로 치유의 길’을 걷고 있다.

“처음엔 주행 길잡이를 해주기로 했던 자원봉사 차량이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 목포에서 헤어졌어요. 그래서 공사장에서 쓰다버린 손수레를 구해서 텐트와 침낭 등 야영도구들을 실어 직접 끌면서 뛰었어요. 2015년 맨처음 미국 서부에서 동부까지 북미 5200㎞를 횡단했을 때도 그랬으니, 초심으로 돌아간 셈이죠.”

매일 30~40km씩 이동중인 그는 나주~광주~정읍~황토현~익산~전주를 거쳐 28일 현재 충남 청양에서 아산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사이 무거운 손수레 대신 서울에 있던 쌍둥이 유모차를 전달받아 한결 편해졌다는 그의 최종 목적지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이름난 파주의 옛 미군 주둔지 캠프 그리브스이다.

“윤이상재단에서 오는 10월 11~13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판문점에서 ‘윤이상평화음악회’를 열고자 했어요. 역시 코로나 탓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설사 취소된다해도 그때까지 도착해서 ‘윤이상’의 이름을 혼자서라도 외칠 생각입니다.”

한겨레

유라시아 횡단 때 끌었던 쌍둥이용 유모차를 앞세워 28일 충남 청양을 통과중인 강명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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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서울에서 대학까지 다녔던 그는 서른살에 뉴욕으로 이주해 20년간 갖가지 사업을 하며 정착했다. “50살 때에 뒤늦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하고자 북미 횡단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달리는 사람’이 됐어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구를 한 바퀴 삥 돌아보자”는 목표를 세운 그는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2018년 12월 중국 단둥까지 16개국, 1만5000㎞를 526일 동안 달렸다. 그때 북한 당국이 허락하지 않아 압록강을 넘지 못했던 그는 “신의주-평양-서울까지 잇는 미완의 숙제를 다 할 때까지 계속 달리며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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