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트링 부상 딛고 맨유전 깜짝 선발
2골1도움 몰아쳐 6-1 대승 이끌어
어린 시절 박지성 보며 맨유행 꿈꿔
올드 트래포드서 맨유에 악몽 안겨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맨유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해리 케인 품에 안겨 기쁨을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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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햄스트링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퍼 소니’ 손흥민(28)이 깜짝 부상 복귀전에서 2골-1도움을 올린 뒤 웃으며 말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5일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원정 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6-1 대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6위(2승1무1패)로 올라섰다.
원래 손흥민은 지난달 27일 뉴캐슬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장기 결장이 예상됐다. 햄스트링은 보통 회복에 3주, 길면 2달이 걸린다. 손흥민은 지난주 2경기를 결장했다. 그런데 “10월 A매치 이후 복귀 예상”이라던 토트넘의 조세 모리뉴 감독은 맨유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은 50대50’이라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모리뉴의 연막작전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진짜로 손흥민이 선발출전했다. 왼쪽 허벅지에 검정 테이핑을 했지만, 약 일주일 전에 다쳤던 선수라 믿기지 않는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1-1로 맞선 전반 7분, 해리 케인이 골문을 향해 전력질주한 손흥민에게 침투패스를 찔러줬다. 손흥민은 칩슛으로 골키퍼 데 헤아를 넘겨 역전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전반 37분 크로스를 방향만 바꿔 마무리한 뒤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스프린트로 상대 뒷공간을 침투해 골망을 흔드는건, 손흥민의 득점공식이 됐다.
손흥민은 전반 30분에는 정확한 패스로 케인의 골을 도왔다. 환상의 듀오 손흥민과 케인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6골을 합작했다.
손흥민(가운데)이 칩슛으로 데 헤아를 넘겨 역전골을 뽑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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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두번째 해트트릭을 노리던 손흥민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후반 28분 교체아웃됐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영국 매체 90min은 손흥민에게 최고평점 9점을 주며 ‘유일한 아쉬움은 해트트릭 미완성’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BBC는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로 손흥민을 뽑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부상이었고 걱정했다. 이런 빅게임에 뛰고 싶었고 팀을 돕고 싶었다. 관리 받으며 훈련을 정말 열심히했다. 물론 경미한 부상 때문에 강한 훈련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 출전은 어제 급하게 결정했다. 손흥민의 정신력과 메디컬팀의 노력이 합쳐져 이뤄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햄스트링은 근육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뉘는데, 근육에 스크래치가 생긴 수준인 1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손흥민이 타고난 초인적 회복력을 발휘했다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올드 드래포트에서 역사적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어릴적 이 경기장을 보며 자랐다. 특별한건 박지성이 이 곳에서 뛰었고, 자연스럽게 맨유의 많은 경기를 시청했다. 이 경기장에서 맨유를 6-1로 꺾다니, 팀도 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성(39)은 2005년부터 7시즌간 맨유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는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데, 사실 어린 시절 손흥민이 가고 싶었던 ‘드림 클럽’이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였다. 2012년 11월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아들과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최고의 클럽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란 대화를 나눠왔다. 흥민이는 아직 애송이지만 꿈만은 크게 품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꿈의 극장’에서 ‘드림클럽’에 악몽을 선사했다. 손흥민은 그간 ‘빅6(토트넘 포함 상위 6개 팀)’ 중 맨유를 상대로만 골이 없었다. 리버풀·맨체스터시티·첼시·아스널전 득점은 있는데,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맨유를 상대로 11경기 만에 골 맛을 봤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전반에만 4실점했고, 구단 역사상 세번째로 한경기에서 6실점했다. 이적료 8000만 파운드(1180억원) 중앙수비 해리 매과이어는 평점 2점 굴욕을 당했다. 맨유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는 맨유팬들에게 졸전에 대해 사과했다.
손흥민은 리그 6호골로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과 함께 득점선두로 올라섰다. 올 시즌 각종대회에서 벌써 두자릿수 공격포인트(10개, 7골-3도움)를 달성했다. 지금 같은 페이스면 한 시즌 리그 최다골(2016~17시즌 14골) 경신은 물론 득점왕도 노려볼만하다.
2018년 5월 열린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서 런웨이에 함께 오른 손흥민(왼쪽)과 차범근 전 감독.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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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손흥민은 맨유전 멀티골로 유럽 빅리그 통산 100호골(299경기) 대기록을 세웠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20골, 독일 레버쿠젠에서 21골, 토트넘에서 59골을 기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갈색폭격기’ 차범근(67)의 98골(308경기)을 넘어, 한국인 최초로 빅리그 100골을 달성했다. 이제는 ‘손-차-박(축구는 손흥민-차범근-박지성 순이라는 의미)’이라고 주장하는 축구팬들이 더 많아졌다.
손흥민은 2주간 A매치 휴식기를 맞아 몸상태를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한국 A대표팀은 9일과 12일 고양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과 2차례 평가전을 치르는데,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는 코로나19 탓에 자가격리를 해야해서 차출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19일 웨스트햄전 출격을 준비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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