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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쿠키뉴스 '옐로카드'

[옐로카드] 손혁 감독의 의뭉스런 ‘자진 사퇴’… 키움은 꼭두각시를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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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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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승률 0.557. 리그 3위.

키움 히어로즈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은 손혁 전 감독의 성적표다.

전날인 8일 키움 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손혁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손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감독의 자진 사퇴 배경이 석연찮다는 것이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구단이 밝힌 사퇴 배경은 ‘성적 부진’이지만 키움은 현재 73승 1무 58패(승률 0.557)로 정규시즌 3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kt wiz와의 승차는 1경기에 불과하다.

선수단 운영 중 잡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외국인타자 러셀의 부진과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시즌 내내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지만 팀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키움의 ‘자진 사퇴 주장’이 의뭉스런 이유는 또 있다.

키움이 손혁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김 단장은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불평불만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감사 표시로라도 꼭 그렇게 해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내년 연봉까지 지급한다”고 전했다.

구단에서 감독을 경질했을 때는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지만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정했을 때는 연봉을 보전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진해서 사퇴하는 감독에게 연봉 보존을 해준다는 것은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간 키움 구단이 보인 행태 또한 손 감독이 사실상 경질 당했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창단 첫 우승엔 실패했지만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고, 가을야구에서도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키움은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뒤 장정석 감독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3년간 230승 3무 199패 승률 0.536을 기록하고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 한 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이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키움의 결정에는 허민 이사회의장을 비롯한 구단 경영진의 의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경질과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당시 구단 수뇌부가 장 감독과의 결별을 택하고 영입한 감독이 바로 손 감독이다. 하지만 일 년도 안 돼 사령탑을 갈아치웠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키움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들은 “손 감독이 수뇌부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했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기용부터 대타·번트 작전까지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인을 잃은 키움의 지휘봉은 김창현 퀼리티 컨트롤 코치가 잡는다.

김 감독 대행은 대학까지만 선수 생활을 하고, 직접 선수를 가르친 이력이 없다. 2013년 구단 전력 분석원으로 입사했으며 1군 코칭스태프와 함께 호흡한 것도 퀼리티 컨트롤 코치로 일하기 시작한 올해가 처음이다. 김 대행이 이렇다 할 이력과 기반이 없기에, 키움 수뇌부가 그를 세 번째 ‘꼭두각시’로 낙점했다는 불편한 시각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선수단의 사기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령탑이 연달아 교체되면서, 구단과 수뇌부를 향한 선수들의 신뢰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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