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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박세리 "꿈을 현실로 이뤄준 든든한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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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내가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이다. 그 분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 박세리(44)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이 25일 세상을 떠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이 같이 추모했다.

박 감독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25일 밤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오늘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고 옛 생각이 많이 났다”며 이 회장을 회상했다. 박 감독에게 이 회장은 꿈을 현실에서 이뤄낼 수 있게 한 든든한 후원자였다.

삼성 그리고 이 회장과의 인연은 박세리가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박 감독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또는 3학년 때부터 삼성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며 “프로가 되면서 정식으로 계약했고 당시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삼성 그리고 이 회장과의 특별했던 인연의 순간을 떠올렸다.

국내에서 대기업이 프로스포츠를 후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골프만큼은 예외였다. 골프는 국내에서 프로 스포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스포츠로 여겨지긴 했으나 한편에선 사치성 운동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골프 산업은 10년 안에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이니 골프 꿈나무를 발굴하고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1992년의 일이다.

삼성은 유망주 발굴에 나섰고, 첫 번째 후원 선수로 박세리를 선택했다.

삼성과 인연을 맺은 박세리는 세계 무대로 나가겠다는 큰 꿈을 꿨다. 그 계기가 된 게 1996년 국내에서 열린 삼성 월드 챔피언십이다.

프로 전향 후 국내 1인자로 이름을 날려온 박세리는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삼성의 후원으로 열린 이 대회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세계적인 선수 20명만 참가한 특급 대회였다. 이제 갓 프로에 데뷔한 박세리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높아만 보였던 세계의 벽을 직접 경험한 박세리는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박 감독은 “그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참가했던 기억이 난다”며 “소렌스탐 등 세계적인 선수가 참가한 대회에서 3위를 한 뒤 더 큰 무대로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LPGA 투어로 진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 대회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국내에서 프로 생활을 더 했거나 다른 선배들처럼 일본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며 “삼성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대회에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더 큰 무대로 나가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이후 박세리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 삼성의 후원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전담팀(일명 세리팀)까지 만들어 박세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는 세계 제패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이 회장님께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줘라’고 하셨고, 항상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삼성의 지원과 이 회장님의 골프에 대한 애정 덕분에 세계 제패라는 저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에 성공한 박세리는 그해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당시 IMF 금융위기에 시름 하던 국민들은 박세리가 했던 ‘맨발의 투혼’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가졌다.

박 감독은 “아마 삼성의 후원이 없었더라면 박세리도 그리고 한국여자골프도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질 수 없었던 꿈을 꾸게 하고 이룰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놔주신 분”이라고 이건희 회장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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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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