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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23년, 축구선수 직함 내려놓는 이동국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내가 꿈꾼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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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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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찾을 것” 프로축구 전북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전북현대모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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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경기 출전 기록에 가장 애착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지만
나약한 건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 경기서 우승컵 든다면
그야말로 멋진 일이 아닐까
20번 받는 후배 전북 상징 되길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 아닐까요?”

‘라이언킹’ 이동국(41)은 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당당했다. 프로에 데뷔한 지 어느덧 23년, 이동국은 이제 축구선수라는 직함을 내려놓는다. 환희와 절망이 오갔던 그 세월을 돌아본 그는 눈물보다는 미소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하니 서운하면서도 제2의 삶에 기대감도 생긴다”면서 “많은 분들이 은퇴를 만류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지금 떠나는 게 맞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은퇴는 전북 동료들이 만들어준 화려한 마지막 경기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은 올해 승점 3점차 선두를 달리면서 11월1일 대구FC와의 최종전만 남겨놓고 있다. 이동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내려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멋진 일”이라면서 “이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마지막 축구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이 꿈꾸는 해피엔딩은 은퇴를 결정짓는 배경이기도 했다. 올해 그는 무릎 부상으로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행히 부상은 말끔히 털어냈지만 경기를 뛰지 못하자 조급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이동국은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지만 나약한 건 참을 수 없다”면서 “마무리는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나에게 아내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해주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의 삶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이래 광주 상무와 성남 일화를 거쳐 전북 현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남긴 발자취가 모두 K리그 38년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국은 “은퇴하기 전까지는 현역 선수라는 생각에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은퇴를 결정하니 느낌이 달라지더라”면서 “(프로팀과 축구대표팀을 합쳐) 한국 선수로는 가장 많은 844경기를 뛴 것이 애착이 간다. 한 선수가 800경기 이상을 뛸 수 있다는 건 10년 이상 꾸준히 뛰었다는 증거다. 후배들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앞에 놓여진 공들도 내 기록을 상징하는데 전북 한 팀에서만 200골을 넣었던 순간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꼽기도 했다. 최고의 순간으로는 포항에 입단해 처음 프로 유니폼 받았을 때를 떠올렸고, 최악의 순간으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를 꼽았다. 2002년의 아픔을 끄집어내면서는 “그때 기억이 오래 운동을 할 수 있는 보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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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영원히 전북 이동국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휴대전화로 기자회견장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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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기자회견을 풀어가던 이동국은 35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다. 축구선수 이동국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쏟아냈던 부모님을 향한 눈물이었다. 이동국은 “어젯밤 늦게까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아버님도 이제 ‘축구선수 아버지에서 은퇴하겠다’고 하시더라. 그 순간에는 가슴이 울렸다. 부모님이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자신을 상징했던 등번호 20번을 후배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일각에선 영구결번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동국은 20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앞으로 전북을 상징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했다. “나도 포항에서 홍명보 선배가 쓰던 등번호를 물려받았다”면서 “전북에서 유스로 성장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이 번호를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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