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판공비 6000만 원 논란, 이대호와 선수협이 남긴 씁쓸함 [오!쎈 이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OSEN=민경훈 기자]이대호가 기자회견장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rumi@osen.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OSEN=청담동, 홍지수 기자] 이대호(38)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은 판공비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판공비 논란에 대한 오해는 가라앉았지만, 선수협 내부의 안일한 인식과 씁쓸함을 남겼다.

이대호는 2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장 판공비를 연 24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2배 넘게 인상하고 현금으로 받은 논란에 대해서 해명하고, 바람직한 선수협 미래를 위해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이대호는 “판공비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2017년 4월 3일부터 프로야구 선수협회 회장직은 공석이었다. 2019년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진행된 선수협회 순회미팅에서 약 2년간 공석이던 회장을 선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고자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에 회장직 선출에 힘을 싣고자 회장 판공비 인상에 대한 의견들이 모아졌다”며 판공비 논란의 배경부터 설명했다.

이대호는 “2019년 3월 18일 임시 이사회가 개최됐다”며 “이사회에 모인 30명의 선수들이 후보 선정과 투표 방법을 논의했고, 당시 사무총장이 회장의 업무와 임기, 그리고 판공비에 대해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마다하는 회장직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판공비를 증액하자는 건의가 나왔고, 과반 이상 구단 찬성으로 기존 연 판공비 2400만 원에서 연 6000만 원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결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그 과정에서 이대호가 주도적으로 1억 원까지 인상하자고 주장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판공비 2배 인상과 관련,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에 이대호는 “2년 넘게 회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판공비 인상 얘기가 나왔다”고 답했다. 회장직을 맡는 일을 두고 현역 선수들이 부담을 느껴,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6000만 원으로 인상이 결정됐다는 얘기였다.

선수협에서는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아 사용해 온 것은 관행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는 점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이 판공비가 문제가 될 줄 잘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만큼, 선수협은 이사회를 열고 판공비 문제를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회장 판공비 6000만 원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대호는 “오늘 이후 이사회에서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할 것이다. 정확하게 출처, 내역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처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그간 관행을 따랐다. 이번 일을 통해 다음 회장과 선수협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전 회장이 2017년에 물러난 뒤 선수협은 회장 없이 2년의 시간을 흘려보낸 바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이나 스타 플레이어는 선수들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한 조직을 이끌어갈 회장직에 손사래를 쳤다.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고인이 된 최동원이 온갖 박해와 위험부담을 마다않고 첫 삽을 떴던 선수협이 만들어진 어려운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 선수협과 KBO리그에서 받은 혜택을 생각하면 회장직을 서로 떠넘기는 현실은 마냥 씁쓸하다.

어느새 선수협은 팬들로부터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 '그들만의 조직'이 됐다. 고액 연봉자를 위한 조직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는 회장직, 판공비를 2배 이상 올리는 메리트라도 줘야 한다는 발상이 한심스럽다.

/knightjisu@osen.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