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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B 토크] 음주운전 선수를 뽑은 두산 사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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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은 ‘클린 베이스볼’을 약속했다. 사진은 2017년 전임자와 심판의 금전 거래에 대해 사과하는 구단 직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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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이 문득 떠오릅니다. 두산 베어스 신임 대표이사가 되어 야구장을 찾으셨죠. 전임자가 심판과 금전 거래한 사실이 밝혀져 물러난 뒤였습니다. 취임 직후 야구장 그라운드에서 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신임 사장으로서 ‘클린 베이스볼’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듬해 이영하의 승부조작 자진신고는 프로야구계의 귀감이 됐습니다.

성과도 좋았습니다. 사장님 오신 뒤 두산은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깜짝 놀랐습니다. 기민하게 움직여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중 핵심을 붙잡았습니다. 장기계약이라서 계약금이 나가는 첫해만 빼면 큰 부담도 아닙니다. 역시 ‘두산 프런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긴 서두는 강승호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두산은 FA로 SK에 이적한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강승호를 지명했습니다.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30대와 20대 초반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능력만 놓고 보면 강승호는 ‘정답’이라 하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강승호는 지난해 4월 음주운전 사고를 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도 구단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구단도 알게 됐습니다. KBO는 90경기 출장정지, 1000만원 제재금, 봉사활동 180시간 제재를 내렸습니다. 역대 음주사고 최고 징계입니다. SK는 임의탈퇴로 사실상 추가 징계했고, 두 시즌을 ‘전력 외’로 여겼습니다.

징계가 끝난 것도 아닙니다. 26경기를 더 뛸 수 없습니다. 남은 징계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받게 됩니다. 징계까지 떠안으면서 영입해야만 하는 선수였을까요. 팬들도 반기는 반응은 아닌 듯합니다.

2019년 1월 창단기념식이 생각납니다. 당시 사장님은 오재원이 동료들을 향해 “쫄지 마”라고 말했던 장면을 얘기했습니다. 베어스 구성원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강조하셨죠. 사장님, 이왕 비난받을 거 ‘쫄지 말고’ 더 과감하게 해보면 어떨까요.

키움과 협상만 잘하면 내년에 만 34세인 메이저리그(MLB) 출신 내야수도 데려올 수 있겠네요. 학교 폭력이 흠이지만, 갈 곳이 없는 1차 지명 투수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탓에 FA가 된 19세의 외야수 유망주도 있네요. 야심차게 외쳤던 ‘클린 베이스볼’에 잠깐만 눈을 감으면 팀에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김효경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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