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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당구 큐의 ‘숨은맛집’ 타스(TAS) 탄화컬리·홍목12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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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당구 동호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큐와 팁, 초크 등 당구용품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다. 제원과 가격 등 기본정보는 기사와 사이트를 통해서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동호인들은 ‘사용후기’ 등 더 깊은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MK빌리어드뉴스는 당구용품에 대한 동호인들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당구용품 리뷰’를 시작한다. 본사 기자가 몇몇 동호인과 함께 사용한 경험을, 최대한 가감없이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리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MK빌리어드뉴스 김두용 기자] “일단 직진성이 탁월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큐를 다루니 수구 콘트롤도 쉬워졌고요.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메이드인코리아 아니겠습니까. 꽤 예전에 유기윤 대표가 제작한 큐를 잠시 사용한 적 있습니다.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고 몇 년 만에 다시 써보니 더 좋아졌네요.”

큐 특징에 대해 묻자 열변을 토하는 이 사람. 당구계에서 젠틀맨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말을 끊고 물어봤다.

“이 큐가 그렇게 좋습니까?”

“사실 큐 성능에는 개개인에게 맞는 목재, 상대의 종류, 팁 등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100% 다 좋고 다 나쁠 수는 없죠. 다만 이 큐를 써보니 직진성이 강하면서 공 회전량이나 큐 스피드에 따른 ‘스쿼트’(Squirt : 수구가 당점을 준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현상이나 ‘커브’(Curve : 수구가 당점을 준 방향으로 가려는) 현상이 눈에 띄게 적습니다. 보통 큐를 다루다 보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데 이 큐는 큰 이질감이나 어색함 없이 쉽게 적응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 국내 개인 큐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꿈틀댄다. 대부분 큐 회사들이 양산 큐를 판매하는 환경에서 국내 몇몇 업체들이 주문자 요구에 따라 큐를 만드는 ‘커스텀’(Custom) 제작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일본 모 브랜드가 독보적으로 알려지긴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기 보단 국내 소매상들이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주문한 상품을 구매하는 수준에 그쳤다. 10여 년이 흘러 국내 커스텀큐 제조업체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장에 안착했고 유수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정받고 있다.

기사 서두에 등장한 사람은 누구일까? 오늘 다룰 세 번째 리뷰 큐를 들고 PBA투어와 크라운해태팀 주장으로 팀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재근 선수다.

그의 큐는 지난 5월부터 사용 중인 K빌리어드의 타스(TAS) 탄화컬리·홍목 12검(이하 12검)으로 제작 단계부터 선수 요청사항이 반영되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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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상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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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컬리 홍목12검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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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명이 ‘장인 정신’(TAS-The Artisan Spirit)이듯 K빌리어드는 2017년 ‘전량 국내 생산’ 주문제작 큐를 표방하며 개인 큐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큐 매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입지를 넓히더니 지금은 다수 국내외 선수들을 후원하며 성장하고 있다.

‘12검’ 모델은 3단 분할 큐로 포어암과 슬리브는 탄화컬리, 그립은 홍목을 사용해 12개의 검(마운틴)을 ‘스플라이스’(splice 여러 나무를 겹치고 접착해 하대 문양을 만드는 방식)로 마무리한 큐다. 내부에는 포어암(흑단 4각코어), 그립(하드메이플 8각코어), 슬리브(하드메이플 8각코어)에 총 3개의 코어가 삽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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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성이 완료된 마운틴 모델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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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와 내피는 탄화컬리-흑단, 홍목-하드메이플처럼 목재를 상호 보완적으로 구성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 타스 큐에선 심심찮게 3개 코어가 삽입 된 큐를 볼 수 있다. 이는 커스텀 큐라는 태생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진 공법이다. 흑단, 홍목, 스네이크우드처럼 비중이 무거운 목재를 주 재료로 하면서 무게는 가벼운 큐를 원하는 주문자를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외피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들어 경량화하고 보완재 역할의 코어를 내피에 넣어 큐 성능을 극대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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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각코어와 4각코어가 집성된 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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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잘생겼네”. 일반인들이 보기에 당구치는 나무 막대기가 잘 생기고 말고가 어딨냐 하겠지만 매니아들은 그 느낌을 안다. 하대의 처음과 끝을 이루는 갈색 베이클라이트, 촘촘한 결이 뚜렷한 포어암과 슬리브의 탄화컬리, 검붉은 홍목 그립에서 깔끔하고 중후한 남성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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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장식의 베이클라이트중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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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컬리 포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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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목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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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컬리 슬리브와 범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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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의 80%를 차지하는 탄화컬리는 하대 목재로 잘 쓰이지 않는다. 탄화는 말 그대로 ‘태웠다’란 뜻이다. 메이플 컬리 목재를 일정시간 인공적으로 ‘태우면’ 목재 색상은 갈색으로 바뀌고 컬리 결은 도드라지게 진해진다. 디자인적으론 매우 특색 있는 목재로 재탄생되지만 이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돼 무게가 가벼워지므로 내부 코어 보완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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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컬리 홍목12검 큐를 들고 경기 중인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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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재근 선수 등장.

“탄화컬리를 포어암에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요. 그럼에도 제 큐에 그 목재를 적용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수분이 빠진 목재를 써서 하대 힘이 빠짐없이 제 공에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묵직한 포어암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저는 일단 제 공에 힘이 제대로 실리는걸 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테스트에 나섰다.

상대는 TCS(타스 커스텀 샤프트)와 TCS 9컬리(타스 커스텀 샤프트 9쪽 컬리). TCS 9컬리는 9쪽의 하드메이플을 접합하고 중앙에 사각코어를 집성했다. TCS는 일명 통상대로 내부에는 25㎝의 카본파이프가 삽입되어 목재만으로 부족한 강성을 보완했다. 큐의 무게는 하대 396g, 9쪽 컬리상대 121g, 통상대 123g이고 상대에는 모두 타스 블랙M 팁을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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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대 카본파이프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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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립을 잡았을 때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을 받았다. K빌리어드 측 설명에 따르면 손이 큰 김재근 선수 요청으로 12검 모델은 큐 끝 직경이 보통 큐보다 1㎜가 큰 33㎜로 제작됐다고 한다. 각각의 상대로 번갈아 경기에 나섰다. 두 상대 모두 아직 길이 들지 않긴 했지만 흥미롭게도 두 상대가 스트로크할 때 느껴지는 타구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컬리 상대는 특유의 낭창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의아할 정도였다. 다만 수구 움직임에서 통상대 부드러움과 쪽상대 강함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통상대와 쪽상대로 제작된 상대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이용자라면 각각의 장점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포어암에서 시작해 그립을 타고 흐르는 묵직함도 인상적이다. 예상치 못한 수구 움직임이 수시로 펼쳐졌다. 혼자 기분 내는 야생마가 아니라 기수의 의도를 알고 움직이는 명마와 같은 공 구름이다.

◇A동호인 (대대 27점. 개인큐 다수 사용 중) ★★★★★

=자체 하대 범퍼와 링을 개발한 것만 봐도 이 회사가 얼마나 노력하는 회사인지 알 수 있다. 베이클라이트에 박힌 링 장식도 아는 사람만 아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TCS 상대가 인상적이다. 경험해 본 통상대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B동호인 (대대 27점, 개인큐 다수 사용 중) ★★★★☆

=지금까지 본 스플라이스드 큐 중 손에 꼽을 만큼 마감이 좋다.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검의 폭이 왠지 타사 큐 대비 어색하다. 큐 힘이 고스란히 손에 전달되고 수구로 표현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지도에 비해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직접 써보니 성능은 제값을 한다.

◇C동호인 (대대 32점, 개인큐 사용 중) ★★★★☆

=부드럽고 힘이 좋다. 잘 모른 브랜드인데 깜짝 놀랐다. 하지만 끌림과 밀림에서 지금 쓰고 있는 큐와 이질감이 있다. 내가 선호하는 팁을 부착했을 때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아직 전용 익스텐션이 없는데 이 부분이 개선되면 추후 구입의사도 있다.

◇D동호인 (대대 30점, 개인큐 사용 중) ★★★☆☆

=예전부터 타스 큐를 유심히 보고 있다. 높은 가격대, 모 브랜드와 비슷한 디자인때문에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기를 해본 결과 성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만의 디자인이 확고해진다면 구매를 고려해보겠다.

TAS큐는 SNS에서 유명한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여행지 식당을 전전하다 숨은 맛집을 발견 했을 때와 비슷하다. 어느 큐에 비해 낫다 못하다를 떠나 국내 업체 품질과 기술력에 매료됐다. 누가 많은 돈을 내고 3개월이라는 제작 기간을 기다릴까하는 의아함은 진즉 사라졌다. 숨어있는 맛집 탐방이 특기인 프로 여행객들처럼 지금껏 여러 개인 큐를 소장하고 사용해본 동호인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단, 나만의 큐 디자인과 옵션은 반드시 머릿속에 주입해놓길 바란다. 커스텀 큐 제작업체는 카피 큐를 만드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cu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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