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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200억짜리 골프대회`… 현실 될 날 머지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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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4일 서울시 아난티 본사에서 만난 이중명 대한골프협회 회장이 앞으로 협회를 이끌어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당선된 이 회장은 총 157표 중 101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앞으로 4년간 대한골프협회를 이끌게 됐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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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을 정리해 설명서를 만들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은 골프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당선된 순간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어요."

이중명 대한골프협회장 당선인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난티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도 산하 연맹과 국가대표,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특히 협회에 불만도 참 많더라. 그 얘기를 다 들었고 앞으로는 소통하며 내가 다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공약이 다양한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

▶프로골퍼 배상문 등 많은 선수들을 보면서 '국군체육부대 골프팀 재창단' 필요성을 느꼈다. 현재 국내에는 각 군이 소유한 골프장이 많다. 그걸 이용해서 선수 기량을 유지시키고 국위를 선양할 좋은 선수를 양성할 수 있다. 또 국가대표 훈련장인 진천선수촌은 용지가 넓은데 대한체육회·문화체육관광부와 상의해서 골프연습장과 훈련센터를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다.

―서울 근교에 '18홀 트레이닝센터'를 언급했는데.

▶어느 정도 조율은 된 상태다. 연습장과 18홀 정규코스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담 없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곳에 골프역사박물관을 만들어 일반인도 골프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골프의 메카로 만들 것이다.

―골프 국가대표 선발 방식도 바꿀 계획인가.

▶지금까지 국가대표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일부 대회에서 잘 쳐야 했다. 앞으로는 체계적인 선수 등록 시스템을 만들어 각종 시도체육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려 한다. 이를 위해 각 시도 협회도 대한골프협회 운영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했는데.

▶골프는 더 이상 사치 운동이 아니다. 일반인이 골프를 사치 운동이라고 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꼭 대중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 우선 개별소비세 감소나 철회다. 이미 TV, 자동차 등에 붙은 특소세는 없어졌다. 골프만 남아 있다. 골프는 도박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골프 인구도 늘고 있다. 2030, 여성도 적극적으로 골프를 치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골퍼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다면 골프 대중화는 한발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공약 말고 큰 꿈이 있다고 들었는데.

▶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최근 트로트나 가요 프로그램이 경연 방식으로 치러지며 대박을 기록했다. 그걸 보면서 '골프도 저런 방식을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골프 경연대회' 식으로 4라운드씩 4~5회의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왕중왕전 형식으로 대회를 여는 방안을 떠올려 봤다. 다양한 방식으로 협회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수익원을 새롭게 창출해 '총상금 200억원짜리 대회'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상상도 못한 포부인데.

▶난 골프협회 회장 이전에 기업인이다. 사업을 할 때 늘 '꿈을 꾸고 도전하라'는 생각을 한다. 북한 금강산 골프리조트나 갯벌을 메워 남해에 골프장을 만들 때에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만 했다. 물론 수익에만 집착하기보다 베푸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골프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한다. 아마 골프장 경영자 중에서는 제일 못 칠 것 같다. 그냥 '보기 플레이어' 정도로 생각해달라.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7~8년 전보다 지금이 더 스코어가 좋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근력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단 퍼팅 실력은 좋다. 일본에서 프로암을 한번 할 때 퍼팅에 있어서는 프로골퍼 김경태를 이기기도 했다. 골프를 늦게 배웠다. 40대 초반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집 앞에 골프연습장이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처음 드라이버를 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300~400개 넘는 볼을 치기도 했다. 첫 라운드 때 이렇게 잔디를 밟고 새소리도 들으며 운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왜 지금까지 골프를 소개해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정말 열심히 칠 정도로 푹 빠졌다. 그 느낌을 알기에 대중화를 통해 골프의 매력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대한골프협회장으로서 각오는.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게 바로 골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따고 세계적으로 톱골퍼도 많다. 그 명맥을 이어가고 더 강화해야 한다. 17개 시도 협회를 중심으로 소통과 상생을 하며 골프 발전을 위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

늘 꿈꾸고 도전하는 영원한 청년 이중명 회장은 누구

올해 78세. 하지만 생각과 행동만큼은 젊은 청년들을 능가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도전을 즐긴다.

최초로 경선을 통해 대한골프협회(KGA) 회장이 된 이중명 아난티 회장은 행동파 리더다.

이 회장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해 동부종합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어떨까. 창의력이 요구되는 건축가의 특징을 잘 살려 한국에서 손꼽히는 골프장·리조트 회장을 맡고 있다. 1995년 운영이 힘들었던 골프장을 인수해 크게 성공시키며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세종 에머슨CC, 아난티 남해, 아난티 코드 등 명문 골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소년원생들 마음을 알기 위해 직접 소년원에 들어가 체험활동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 회장은 1997년 청소년행동과학문화원 총재를 시작으로 현재 학교법인 해성학원 이사장, 연세대 언더우드 선교위원장,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 청소년행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KGA 경력도 탄탄하다. 2005년 KGA 이사로 첫발을 내디딘 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회장을 역임했다. 또 KGA 스포츠공정위원장(2012~2019년), 통합추진위원장(2015~2016년)을 역임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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