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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꽃길이 가시밭길로…김연경이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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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꽃길일 줄 알았던 국내 복귀는 가시밭길이 됐다.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와 우승를 향해 달리던 ‘배구여제’ 김연경(33)은 이젠 만신창이가 된 팀을 끌고 가야하는 책임을 떠안았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와의 악연이 김연경의 복귀 시즌을 얼룩지게 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홈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졌다. 점수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완패였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폭로 직후인 지난 1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작성했던 V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33점) 패배 기록을 단 한 경기 만에 경신(34점)했다.

무력한 패배 속에도, 김연경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김연경은 1세트 8-20부터 무서운 페이스로 점수를 뽑아 단숨에 21-24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배구는 6인제 팀 스포츠이다. 김연경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가 끝난 후 김연경을 포함한 흥국생명 선수들은 마무리 운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떠났다. 지난해 6월 김연경이 화려하게 복귀할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해외 리그를 누비며 ‘월드클래스’의 명성을 얻은 김연경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국내로 유턴했다. 해외 리그 재개 여부가 불확실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걱정 없이 지속적으로 훈련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봉 세계랭킹 1위였던 김연경은 20억원을 웃도는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3억5000만원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김연경의 합류와 함께 흥국생명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전승 우승, 무실세트 우승 전망까지 나왔다. 김연경은 ‘역시는 역시’라는 찬사를 받으며 V리그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6일 현재도 득점 5위(국내 선수 1위), 공격종합 1위, 오픈 공격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연경은 배구여제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음을 국내 팬들 앞에서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재영·다영 자매와 한 팀에서 뛴 것이 김연경에게 대형 악재가 됐다. 이다영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팀 선배를 공개 저격했고 이 선배가 김연경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김연경은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팀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던 이다영은 경기 중 토스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김연경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팀워크를 망가트렸다.

내분을 조장하던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흥국생명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김연경을 포함한 흥국생명 선수들은 이재영·다영이 터트리고 간 ‘폭탄’의 잔해를 치우고 팀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임무를 떠맡았다. 외국인 선수의 결정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이 국내 선수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브루나 모라이스는 16일 경기에서 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절대 1강’이었던 선두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가 만든 혼란 탓에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그 사이 2위 GS칼텍스가 흥국생명과의 거리를 차근차근 좁히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해 국내 복귀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목표는 팀의 통합우승”이라고 말했다. 그가 원했던 아름다운 피날레의 가능성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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