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역대 3번째 포스트시즌 개인통산 공격 득점 500개
포효하는 김연경 |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3세트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한 뒤 오른 검지를 입술에 댔다가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흥국생명의 승리를 확신하는 동작이었다.
흥국생명은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5-20 23-25 25-18 25-21)로 꺾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의 보증 수표를 손에 넣었다.
2005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15번 열린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은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2019-2020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조기 종료해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공격하는 김연경 |
김연경은 빈 곳을 찔러 넣는 연타, 높이를 활용한 강타는 물론이고 길게 날아온 공을 왼손으로 밀어 넣는 진기명기를 선보이며 양 팀 합해 최다인 29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이날 공격 득점 27개를 성공해 베띠 데라크루즈, 박정아에 이어 V리그 여자부 역대 3번째로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500득점(515득점)을 채우기도 했다.
김연경은 높이 날아오르는 이단 공격을 많이 하면서도 60%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찍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정규리그 3위 기업은행은 주포 라자레바가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토종 선수들이 라자레바를 돕지 못했다. 라자레바는 자주 허리에 손을 댈 정도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도 않았다.
흥국생명의 서브 폭격을 받은 표승주(5점)는 공수에서 크게 흔들렸고, 김주향(3점)의 공격력도 기대 이하였다.
라자레바 '빈틈 공략' |
승부처는 3세트였다.
흥국생명은 표승주에게 날카로운 서브를 몰아넣고, 브루나가 라자레바의 후위 공격을 3번이나 블로킹해 첫 세트를 따냈다.
3세트는 팽팽했다.
그리고, 팽팽한 순간에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날아올랐다.
15-15에서 김연경은 블로커 손을 살짝 넘기는 연타 공격으로 득점했다.
16-16에서는 절친 김수지의 손을 이용하는 터치 아웃 득점을 했다.
김연경의 연이은 공격에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업은행 표승주의 오픈 공격을 흥국생명 센터 이주아가 블로킹했다.
흥국생명 김채연의 뚝 떨어지는 서브가 표승주의 손을 맞고 네트를 넘어오자 김연경이 다이렉트 킬을 성공했다. 같은 장면이 한 번 더 반복됐다.
이어 흥국생명은 이주아가 표승주의 오픈 공격과 김수지의 속공을 연거푸 블로킹해 22-16으로 달아났다.
김연경은 22-16에서, 라자레바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한 뒤 포효했다.
분위기를 잡은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4세트 8-6에서 김연경은 세터 김다솔의 토스가 오른손으로 때릴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날아오자, 왼손으로 공을 컨트롤해 득점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11-8에서는 날카로운 서브 득점까지 했다.
이후에도 김연경은 높이를 이용한 공격으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스파이크하는 브루나 |
지난해 11월 25일부터 배구장을 찾지 못했던 팬들은 이날 제한적으로나마 경기장을 찾았다. 계양체육관 수용 인원의 10%인 222명이 봄 배구 관전의 기쁨을 누렸다.
김연경은 화려한 경기력으로 홈 팬들에게 더 큰 기쁨을 선사했다. 학교 폭력 의혹으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빠진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기쁨은 더 컸다.
이번 시즌 봄 배구 서막을 연 두 팀은 22일 화성체육관에서 2차전을 벌인다.
1차전을 잡은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정을, 기업은행은 반격을 노린다.
환호하는 한국전력 선수들 |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선 한국전력이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2(21-25 25-23 22-25 25-19 15-11)로 꺾고 포스트시즌 막차 경쟁을 혼돈으로 몰고 갔다.
한국전력은 시즌 17승 16패, 승점 53을 쌓아 4위로 뛰어올랐고, OK금융그룹은 승점 52(18승 15패)에 그쳐 5위로 내려갔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54·18승 15패)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세 팀의 봄 배구 다툼은 끝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외국인 주포 카일 러셀은 33경기 연속 서브 득점과 함께 40점을 터뜨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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