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슈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HI★까톡] '조선구마사' 향한 누적된 분노, K-드라마 논란에 진짜 우려할 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철인왕후'(왼쪽)에 이어 '조선구마사'(오른쪽) 역사왜곡 논란을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tvN, SB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구마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장르가 아닌 중국풍 소품과 음식으로 인한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월화극 1위 시청률과 별개로 실존인물을 다루는 '조선구마사'에 왜곡되게 그려진 장면들을 본 상당수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했고, 이에 일부 기업은 '조선구마사'에 대한 제작 지원 및 광고 철회를 발표하며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된 장면은 충녕대군(장동윤)이 구마사제 요한(달시 파켓)을 데려올 때 등장한 중국식 건물과 중국 술, 중국식 월병, 만두, 피단이다. 이에 대해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 극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오해의 여지만큼은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외에도 '조선구마사'는 태종(감우성)과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 등 실존인물 묘사에 있어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마적인 전개와 설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태종이 백성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핏줄에 대한 패배의식을 언급하는 장면 및 대사는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불편함과 오해를 자아냈다.

박계옥 작가의 전작인 tvN '철인왕후'도 지난해 12월 첫 방송과 동시에 조선왕조실록 관련 대사가 지적 받으며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하는 등 역사왜곡 논란을 직면한 바 있다. '철인왕후' 역시 퓨전 사극 판타지 코믹이라는 복합 장르였지만, 실존 인물 철종이 등장해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철인왕후' 제작진은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 의도와 달리 불편을 드린 점 죄송하다"라며 해명 및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극은 물론, 최근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 음식과 일상에 반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유발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브랜드 PPL 논란이 있었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는 고등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과 국내 버스정류장에 중국어 광고판이 나와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현재 방송 중인 또 다른 tvN 드라마 '빈센조'는 빈센조(송중기)가 중국 기업에서 만든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노출돼 비판 받았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경덕 교수는 '빈센조' 중국산 비빔밥,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직접 일침을 가하며,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 및 문화공정에 더 당당히 맞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합니다.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비 충당 측면에서 중국 자본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특정 장면이 국내 시청자 정서에 반하고, 나아가 해외 시청자들의 왜곡을 유발하는 건 모두가 다시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가장 고려해야 할 '이 시국'은 중국의 신 동북공정이다.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다는 것보다 해당 작품이 전 세계에 공개됐을 때 K-드라마의 영향력이 부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철인왕후' 논란부터 '여신강림' '빈센조' 중국 PPL로 축적된 시청자들의 분노가 '조선구마사' 역사왜곡에 더 크게 터졌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이 입장문에서 이렇게 논란이 된 이유를 인지하고 있음을 밝힌 만큼, 앞으로의 방송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