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39)는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그냥 버티기도 힘든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고 홈런 기록 등 다양한 기록들을 만들어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어쩌면 그에게 KBO리그는 한 수 아래의 리그일 수 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과는 또 다른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
추신수가 KBO리그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럴수록 중요한 것이 '존중'이다. KBO리그를 인정하고 KBO리그의 룰에 맞출 줄 아는 태도다.
우리는 리그를 존중하지 않아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숱하게 봐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낸 선수라 하더라도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함을 알고 있다.
추신수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남아 있었던 이유다. 메이저리그서 이룰 것은 다 이룬 선수인 만큼 KBO리그의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그런 걱정들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리그에 대한 존중과 가치를 인정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에게 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문제의 장면(?)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서 나왔다.
SSG의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1회초 1사 후 롯데 선발 노경은과 상대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추신수는 몸쪽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이후 3루쪽 더그아웃으로 몇 발짝을 뗐다. 스트라이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영철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삼진인 줄 알았던 추신수는 멋쩍게 웃으며 타석으로 돌아왔다. 결국 6구째도 볼을 골라내 1루로 나갔다. 6구째도 스트라이크를 줘도 무방한 코스였다.
경기 후 추신수는 “미심쩍은 볼넷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타석에서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덕아웃에 돌아와 차트를 보니 스트라이크라고 할 수도 있고, 볼로 봐도 되는 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내가 일찍 판단해서 행동하면 안됐는데,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반성했다.
추신수가 KBO리그를 존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일화였다.
만약 추신수가 KBO리그를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었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리그마다 차이가 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는 몸쪽을 잘 안 잡아 주는 대신 바깥쪽 존에 후하다"고 말한 바 있다.
KBO리그는 다르다. 몸쪽에 후한 편이다. 추신수가 적응하려면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하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시절의 선구안만 주장한다면 결국 손해는 추신수만 볼 수 밖에 없다. 추신수가 아무리 불만을 이야기해도 KBO리그의 심판들이 자신의 존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추신수의 자신의 경험을 앞세우는 대신 리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야구에 대해 좀 더 기대를 해봐도 좋은 대목이다.
반대로 추신수가 그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다만 오롯이 피해는 추신수가 입을 뿐이다.
사과하고 반성할 줄 아는 추신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엄연히 다른 KBO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자세는 그의 야구를 좀 더 든든하게 뒷받침해줄 것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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