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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제구 불안’ 이승헌, ‘디딤발·릴리스’에 답이 있다 [정민태의 Pi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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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승헌(23)은 좋은 투수다. 하지만 두 차례 등판에서 제구에 불안감을 노출했다. 원인은 디딤발과 릴리스에 있었다.

14일 광주 KIA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등판한 이승헌은 6이닝 2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펼쳤다. 선발투수로 올 시즌 두 번째 등판. 첫 등판이었던 지난 8일 창원 NC다이노스전에서 3⅓이닝 만에 3실점으로 강판됐기에 이날 등판은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젊은 투수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잘 던졌다.

이승헌의 직구(포심)는 위력적이었다. 최고 148km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직구가 똑바로 가는 게 아니라 몸쪽으로 휘어져 가는 싱커성이었는데, 그게 위력적이었다. 타자들이 쉽사리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다. 배트에 공을 맞혀도 먹히거나, 땅볼이 되기 쉽다.

매일경제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승헌. 더 좋은 투수가 되려면 제구 불안에 대한 원인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 사진=김영구 기자


다만 이날도 사사구가 5개 나왔다. 볼넷이 4개, 사구가 1개다. 지난 NC전에서는 무려 9개의 사사구를 범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이승헌은 볼넷 6개, 사구만 3개였다. 직구도 최고구속은 148km이었지만, 평균구속은 140km정도였다.

모두 이승헌의 독특한 피칭과 관련있다. 보통 투수들은 피칭할 때 발을 딛고 나서 공을 던진다. 대부분 투수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승헌은 발을 딛는 동시에 릴리스가 된다. 다시 설명하면 우완 투수인 이승헌의 디딤발은 왼발인데, 왼발이 지면에 딛는 순간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보통 우완 투수들은 왼발을 딛고, 공을 던진다.

발을 딛는 동시에 공을 던지는 건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결과로 드러났지만, 제구 불안이다. 발을 딛는 동시에 공을 던진다는 건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 체력소모도 더하다.

밸런스가 흔들리니 제구가 안정적일 수 없다. 볼 스피드도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직구 최고구속과 최저구속(135km)이 차이가 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승헌이 선발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투구가 계속된다면 구속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KIA선발 애런 브룩스는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전체 투구수 109개 중 투심(21개), 체인지업(21개)으로 비중이 많았는데, 필자는 19개를 던진 슬라이더가 눈에 더 들어왔다. 슬라이더를 많이 쓰지 않고, 투심과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면서 투구 패턴이 단조로워 보였다. 슬라이더를 더 섞었더라면, 더욱 편안한 승부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연장 12회까지 펼친 승부이기에 롯데와 KIA 불펜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브룩스가 내려간 뒤 7회에 올라온 KIA 박준표는 실점 상황이 아쉬웠다. 2타점 2루타를 때린 안치홍과 투낫싱에서 너무 급하게 승부를 펼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이날 안치홍은 타격감이 좋았는데, 투스트라이크에서 빠른 승부였다. 중간투수들은 1구, 1구 집중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가야 할 상황, 어렵게 가야 할 상황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결과론이지만, 안치홍과는 어렵게 승부를 펼쳤어야 했다.

12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롯데 김대우는 주자를 묶어 두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로서는 실점하면 경기를 내주는 상황이고, 1사 1, 2루에서는 투수가 주자, 특히 2루주자에 더 신경을 써야했다. 2루주자 최원준이 발이 빠른 선수인데, 주자의 리드폭을 묶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주자가 한베이스 더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날 승부도 최원준의 도루가 결정적이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1사에 주자가 3루까지 가면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안일한 승부였다. 이런 잔실수가 하나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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